▲ 함께 핀 망초꽃

▲ 도처에 함께 핀 망초꽃들

초여름부터 망초꽃이 도처에 피었다. 자주 걷는 둘레길이나 인근 등산길에 수많은 흰 야생화 꽃들이 함께 피어있다. 희고 둥그런 망초꽃들이 언덕이나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며 푸른 대지 위에 희고 맑은 춤을 추고 있다. 꽃은 가운데는 노란 빛의 왕좌의 기품을 하고 주변의 흰 꽃잎으로 둘러 쌓여 흡사 민들레꽃(dandelion)의 이미지를 준다. 키는 더 크나 꽃망울은 더 작은 모습이나 여럿이 모여 군락을 이루며 핀다는 점은 비슷하다.

망초(亡草)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큰망초, 망풀, 잔꽃풀, 지붕초라고도 하며,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이 꽃은 들이나, 길가, 빈터에서 흔하게 자라며, 키는 50~200센티미터 정도이다. 꽃은 7~9월에 피고 원줄기 끝에서 가지가 많이 돋아 전체적으로 큰 원추꽃차례를 형성하며 설상화는 중앙에 있는 관상화보다 약간 높으며 백색이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왜풀, 넓은 잎잔꽃풀,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망초꽃의 유래는 구한말 개항(1876)이후 유입되어 경술국치(1910)을 전후하여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하여 '망국초', 또는 '망초'라 부르게 되었다. 왜풀, 개망풀 등의 이름이 있고,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분홍색이 돌며 예쁘지만 '개'자를 붙여 망국의 분노를 표출하였다고 한다. 당시의 감정과는 달리 망초의 꽃말은 '화해(평),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오게 해 준다' 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래 생물들이 있다. 꽃과 풀들도 다양하며 그 숫자는 매년 늘어나도 있으며, 현재에도 341개가 넘는 다양한 외래 식물들이 들어오고 이 땅에 정착하여 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꽃으로 금계국, 돼지풀, 별꽃아재비, 수레국화, 별나팔꽃, 데이지, 서양민들레, 방울새풀 등 실로 많고 다양하다.

오늘날 외국적 사람이 정치, 경제적 이유에서 이 땅의 사람이 되고 국적과 이름을 새로 회복하고 한국 사람이 되고 있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우리의 전통과 자긍심이 중요하듯 국제화되고 지구촌화된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는 다문화와 다 국적화의 현실과 그 강점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다. 다양한 민족의 이민을 받아들여 오늘의 강대국 미국이 발전할 수 있었고, 오십여 이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이 큰 갈등 없이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일제의 폭정과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빼앗겼던 아픔과 기억을 뛰어 넘고 승화하여 우리의 기상과 정신을 세계에 드높일 때이다. 망국의 설움과 한에 기반한 망초꽃을 이제 새로운 희망과 미래의 기반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도체에 만개하여 왕성한 생존과 전파력을 자랑하는 생명의 꽃, 낮고 그늘진 땅과 산 중턱 아니 산정에도 핀, 이 땅 어디에도 만발한 번성의 꽃,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웃음 짓는 민초들의 꽃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이 땅의 시인들도 사랑과 긍정의 눈으로 개망초꽃을 노래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개망초꽃은 핀다//..“(안도현, 개망초꽃)

“개망초,/무식한 것을 나무라지 말라/그것이 역사를 읽을 줄 알든 모르든/ 그것은 순수로 받아들여야 한다/역사를 구겨버린 것은/개망초가 아니다...“(이생진, 개망초꽃)

역사 발전은 다양한 요인들의 편입과 외부 환경의 변화와 충격을 여하히 잘 수용, 변화시키며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수 대중의 의견과 주장을 얼마나 잘 수렴하고 갈등을 융합시키는가에 영향을 받는다. 격변하는 세기, 온 세계가 초연결의 시대에 능동적이고 유연한 자세는 필수적이다. 국수적이고 패배적인 사고에서 개방적이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인 그리고 세계를 품에 안고 동아시아에 우뚝 선 우리나라를 지향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이제 망초꽃을 망국과 패배의 시선에서 벗어 나와 대중의 희망과 변방의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는 단초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강제적 개항 시기와 달리 우리는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나란히 서 있으며, 이제 수구와 패쇄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의 지평을 넓히고 세계에 웅비하고 주도하며 다양한 변화를 융합하는 생각과 사상체계가 필요하다. 다문화를 포용하고 우리 안의 다른 의견과 갈등들을 혼융하는 생각의 큰 틀이 요구된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고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와 평화와 통일의 생각을 더 넓혀 나갈 일이다.

패망과 좌절로 점철된 망초(亡草)꽃은 이제 다수 민초들의 희망과 연대와 화해의 망초(望草)꽃이 되면 어떨까? 그 꽃말이 갖는 이 시대 가장 필요한 화해(和解)와 통합(統合)의 담론이 새로운 망초의 이해와 함께 이 시대 더 크게 울려 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화해와 평화의 강물이 넘쳐흐르게 할 때가 아닌가? 70여년 갈라져 싸우고 있는 한반도에 새로운 화평의 담론이 다시 꽃피울 때가 아닌가? 가장 낮은 곳에서 비천하게 보이는 망초꽃에서 우리는 이 시대 가장 고귀한 가치인 화해(평)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성경은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이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하시며, 이방인과 유대인을 화평케 하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 곧 의문에 속한 계명의 율법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의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옙 2: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