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021
「불편한 편의점」은 아주 오랜만에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완독 예상 시간은 3시간 51분, 완독할 확률 53%인 김호연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고 언어의 유희는 유쾌하다.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이 책의 광고카피처럼 서울역 노숙자였던 독고로부터 시작된 작은 변화의 날개 짓은 등장인물 모두와 읽는 이들의 마음에까지 따스한 위로와 화해의 바람을 일으킨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 해 남편의 유산으로 편의점을 경영하는 염 여사가 부산으로 내려가던 기차 안에서 지갑, 통장, 수첩 등 귀중품이 든 파우치를 잃어버린 걸 알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녀의 파우치를 습득한 사람은 알콜성 치매로 자신의 과거는 물론 이름까지 잊은 서울역 노숙인 독고였다. 파우치를 찾아준 보상으로 매일 도시락을 하나씩 받던 독고가 편의점 야간 알바로 고용되면서 염 여사의 편의점은 온기와 변화로 서서히 채워지게 된다.
염 여사가 배고픈 독고에게 건네준 편의점 도시락, 추운 겨울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옆에 독고가 놓아 준 전기난로와 따끈한 국물, 대기업을 그만두고 겜돌이가 된 아들에게 주라고 독고가 계산해준 삼각 김밥, 4캔에 만원짜리 맥주가 주는 위로, 쌍둥이 딸들을 위한 1+1 쵸코렛...
그저 평범한 편의점에서 파는 작은 물건들이지만 독고가 있는 불편한 편의점은 이런 물건들 위에 소통과 화해, 위로를 얹어 유통하는 좀 특별한 곳이다.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는 사실 독고보다는 좋은 어른인 염 여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신은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지만 고용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려고 수익이 나지 않는 편의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염 여사, 남루하고 악취가 풍기는 노숙인 독고에게서 무너지지 않은 인간의 존엄을 읽어내는 염 여사는 닮고 싶은 좋은 어른이다.
염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기독교인에 대한 도를 넘는 모욕이 일상이 된 요즘, 멋진 기독교인인 염 여사가 있어 이 책이 더 감동적이었나 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고마웠다.
강옥지 (강화에덴교회 사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