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엑소더스>, 이진형, 삼원사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하나뿐인 지구’라는 주제로 최초의 국제환경회의가 열렸다. 총 113개 나라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의식변화를 촉구하는 ‘유엔환경선언’이 채택되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후 위기(climate crisis) 혹은 기후 붕괴(climate breakdow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폭염과 한파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산불도 자주 발생한다. 녹아내리는 빙하, 해수면 상승, 감염병, 식량 위기 등이 지구촌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을 위협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과 미국 야생동물협회 연구진은 3년 전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인간의 활동면적을 조사해 발표했다. 백 년 전만 해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차지하고 있던 땅은 1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7%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숲은 60%가 사라졌다.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인간이 다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연구원들은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바다는 온실가스를 흡수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 지금처럼 개발을 계속 하다간 지구의 자정 시스템이 망가져 인류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경고했다. 그 경고 2년 후에 인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다. 학자들은 인간의 개발이 멈추지 않는한 동물세계에 머물러 있었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들이 인간세계로 넘어 오는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 말한다. 

책 ‘그린 엑소더스’의 저자 이진형 목사는 생태 전문가다. ‘녹색평론’을 읽다가 생태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오랫동안 기독교 환경운동에 매진해 오고 있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그를 보면 “아, 이 사람이 여기에 목숨을 걸었구나!” 느끼게 된다. 하기사 하나뿐인 지구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데,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 모두의 목숨도 거기에 함께 걸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현장 전문가답게 그의 책은 사변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성서 구절구절을 생태신학 관점에서 풀어냈으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 기후 위기와 연결하고 있다. 매 장마다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와 도움자료가 실려 있어 교회 소그룹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거기다 각 장의 분량도 작아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한다.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의 영혼이 자신을 놓치고 있진 않는지 돌아본다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인류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에 스스로는 멈추지 못하는 세상 전체를 멈춰 세우는 것을 경험했다. 지금도 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은 슬픔이 계속되고 불편한 삶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러나 코로나19를 폭주하던 인간 문명에 대한 멈춤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리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우리에게 그동안 우리가 달려왔던 삶의 방식을 멈춰 서서 돌아보라고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할 것인지 가늠해 보라고 촉구한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떠나지 않는 저자의 말이 있어 적어 두고자 한다. 그의 말에는 그의 삶이 오롯이 배겨 있어 소박하지만 참으로 힘이 있다.

“사람의 욕심이란 하나님의 풍성하심에 비하면 참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지구에 아주 잠시 내려앉는 햇빛만 이용해도 전 세계 사람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화석연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합니다. 하나님이 지금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에만 기대어도 충분한데, 왜 우리는 늘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깊은 땅을 파헤쳐 지구를 병들게 하고 위기를 자초하는 걸까요?”

백광흠 목사(한무리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