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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in a bottle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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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7월 09일 (금) 23:26:25
최종편집 : 2021년 07월 10일 (토) 15:57:10 [조회수 : 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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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어느 날, 늘 그렇듯이 환하게 웃으며 심각한 일을 벌이시는 송 목사님은 택배기사의 손을 빌어 제게 두툼한 책 한 권을 툭 던져 주셨습니다. 회갑 문집을 내시는데 영광스럽게도 제게 서평을 부탁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임시 제본된 원고를 읽어 나가노라니 큰일이 났다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글쓰기가 이렇게 힘들었고 쉽게 써 지지 않았던 적은 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대충 읽을 수 없었기에 서평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 오롯이 실린 한 사람의 인생의 무게감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말 대로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었을 뿐더러 제게 다가온 ‘그 한 사람’ 또한 그 생각의 무게감과 파란만장한 인생을 제 졸필이 감당키 어려워 보였습니다.  

목사님의 회갑문집은 참 특별합니다. 목사들에게 흔한 설교집이나 피차간에 민망한 자서전이 아니라 40년 동안 꾸준히 써온 글을 매 년 몇 편씩 추려서 그 한 편 한 편을 책장 속에 담았습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이 책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최근인 2020년에 쓰신 글부터 시작하여 1981년 감신대학교 1학년 학생의 푸릇푸릇한 글로 끝을 맺습니다.   

이 책은 4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그 시절을 살았던 송 목사님의 삶과 신앙과 생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책장을 넘길수록 주인공은 젊어집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한 사람의 인생을 결과론적으로 바라보며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어야 했음을 깨닫습니다. 큰 교회를 담임하고 유명한 목사가 되는 것이 목회자로서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목회가 일관된 하나의 신념과 행동방식으로 연결되고 그의 지금 모습이 열정과 꾸준함으로 연결되어 때 묻지 않은 젊은 날의 순수함으로 귀결되느냐가 목회자로서 그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목사 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썼던 글을 모은 것도 아니고, 책을 내기 위해 쓴 글들도 아니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포장하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다만 늘 젊음에 겨워, 흐르는 시간과 삶의 충일을 만끽하고 그것을 차곡차곡 담아 훗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들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켜켜이 담긴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는 일이니 이 책의 시간도 거꾸로 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게 서평을 쓰다가 문득 짐 크로스의 노래 ‘유리병 속의 시간/Time in a bottle’이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신비로운 만남이었습니다. 


유리병 안에 시간을 모아 둘 수 있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영원이 지나도록 매일 매일을 담는 거예요
당신과 그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함이죠

나의 나날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말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을 보석처럼 소중하게 간직해서
또다시 당신과 함께 나누겠어요
...

한 사람이 4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모아 두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송 목사님은 글쓰기의 힘을 일찌감치 깨달아 스스로 실천해왔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도 글을 쓰도록 도우십니다. 저의 글쓰기 인생도 송목사님의 안내와 격려를 통해 여기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에게도 그런 유리병 하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일 년에 한 편, 한 달에 한 편, 일주일 혹은 하루에 한 줄이라도 소중한 시간들을 글로 응축시켜서 그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아 보석처럼 소중하게 간직해 두고 있다가 언젠가 하나씩 꺼내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면 우리네 삶이 훨씬 풍성해질 것이고 한편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하나 더! 이 노래가 마음에 드신다면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나오는 퀵실버의 명장면도 꼭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g4NBS-Dcm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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