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아(家兒) 영호는 받아 보아라. 

어제 네게서 온 편지는 잘 받아서 여러 가지로 짐작했고, 네 심정과 네 신앙관도 잘 알았다. 10월 1일 홍천서 송금한 아버지의 편지와 어제 네 형이 보낸 서류편지도 받겠으니 집안 사정은 더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이번 네 편지의 사연이 옳다고 인정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로 하나님 앞에 좀 잘 해보려는 사실보다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알고 믿고 내 생활 전폭을 주님께 맡기고 사는 일에 아버지도 기뻐하시고 맡긴 자의 생활도 평안하고 기쁜 것이다. 

 인간이 사는 중에는 개인 문제가 있고 또는 가정 문제가 있고 교회 문제가 있고 또는 사회와 국가 문제가 다 각기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히 살고자 해도 그 뜻에 복종치 못하고 오히려 원치 않는 일에 굴복케 되니 오호라 나는 괴로운 사람이로다 탄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 부족을 알고 주 예수 그리스도께 도움을 기다리는 자에게 사죄함을 얻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네 생각에 가정적으로 경제면, 또는 교계 전체를 바라보고 또는 성경을 보아 주님의 교훈이나 전 성경을 보아 너무나도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어미조차 동감이요, 나 자신이 그 부류의 한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는 네가 신학을 한다는 일은 우리 가정이 재산이 있으니 시킨다기보다 내가 받은 은혜 감사하여 너를 어릴때부터 주님께 바치기로 서원한 뜻을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시는 것이다. 

 네가 신학을 안하면 부모가 삯군이 되지 않아서 성스러움즉도 하고 약한 자를 도와주면 주님의 소원을 이루리라고 생각한다마는, 바울 사도는 자신이 장막 짓는 생활로 교인의 누를 안 끼쳤지만 그는 말하기를 일하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 군사가 누가 자비량하겠느냐 하였다. 또 레위 족속에게는 분깃을 주지 않았다. 요는 문제가 마른 손을 들어 연보하는 뜻을 참되이 알고 모르는데 좌우하는 것이다. 유급생활이라 하여 죄가 되는 건 아니다. 

 네가 신학을 안한다 해서 우리 집 경제 보장이나 교인들의 짐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인간의 뜻과 힘으로 하는 일이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 형편에 너를 대학 시킨다는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능력 뿐이다. 인간에게는 아무 도움 없을 줄 안다. 그리고 내가 네게 부정한 돈으로 거룩한 성경을 공부시키지 않기 위하여 가정에서 근검절약하고 어느 교회나 주님 이름 팔아 네게 돕는 것 아니다. 외인에게나 형제에게나 무리한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고로 너와 가정이 주를 위해 고생해야 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네가 신학 안해도 물론 주님이야 벌하시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 뜻을 비추어보자.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애굽’학대 속에서 구출하기 위하여 애굽 궁중에서 영광스럽게 키우기도 하고 일편으로 그 학대를 깊이 인식도 시키고 또는 자신을 역경으로 바꾸어 미디안 광야에서 고심하는 목양생활도 시키고, 다음 하나님의 능력과 모세의 겸손을 부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다. 요셉도 역시 아버지의 사랑을 떠나 역경을 거쳐 영관을 쓰고 자기 가족을 구출했다. 신학이 죄가 아니고 교만의 원료는 아닌 것이다. 그 속에서 깊은 체험과 훈련을 통해서 불의와 부정의 정체를 명변하면 이것이 진정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바울 사도가 육신의 유익하던 것을 분토와 같이 그 자신은 여겼다 하지만 훌륭한 학자였기 때문에 면대치 못한 로마인에게나 또는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이 더욱 빛나 더 많은 역사를 하였다. 

 또는 네가 본 교계는 근본지위를 떠난 지도자를 보아 낙심할만치도 되었지만, 이스라엘 당시에 미가야 선지는 거짓 선지 사백명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대로 외쳐서 하나님의 사명을 다하였던 것이다. 엘리야도 역시 갈멜산 승리의 기도는 그 시대 하나님의 영광이 땅에 떨어지는 통분과 자기 민족이 멸망의 길을 걷는 것을 불쌍한 심정에서 기도하여 하나님은 그를 통하여 영광 받으시고 민족은 삶의 길을 찾았다. 
 인간이란 하나님의 뜻을 널리 반영하지 못하고 일편 인간성만 받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중에 스스로 의로운 자 되기도 쉽고 남을 너무 용납하지 못하는 죄를 범할지도 모른다. 한데 엘리야는 이런 말을 하였다. 아합이 하나님의 사람을 다 죽이고 내가 하나님을 극진히 섬김으로 메추라기 사냥하듯 한다 할 때 하나님은 내가 나를 위하여 바알 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 자 7천명이나 두었다고 하셨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배움의 시기는 배움의 시기요, 외침의 시기는 외침의 시기니 예수님도 때를 찾으시고 순응하시었다는 것을 알고 평안한 마음으로 배우라. 

 예수님도 성전에서 묻기도 하시고 듣기도 하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셨다. 너는 아직 성장한 시기는 아닌 줄 안다. 물론 성장한 신앙생활이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에나 하나님의 영광 위해 살고 자신이 흠과 점이 없는 완전한 성격을 갖추어야 하고 또는 남의 유익을 위해 사는 것이 우리 주님 십자가를 아는 사람의 생활이요, 지도자일 것이다. 
 맹자님 어머니는 아들이 공부를 중단하고 돌아오니 천을 짜다 칼로 그어놓고 공부 중단이란 이런 것이라는 산 교훈을 주었다. 나는 너를 공부시키는 것이 자식의 정으로만 시키는 것 아니고 하나님의 맡긴 사람으로 알고 하나님의 영광 위해 너를 공부시키는 것이다. 

 네가 어찌 생각하며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하나님께 지금도 영광 돌리는 마음으로 기뻐한다. 차후로 네 포부 그대로 변치 않기를 기도하며 미가야 같은 하나님의 사신이 되기를 바란다. 감독이나 감리사가 파송한다 해서 잘못은 아니다. 그들이 그런 모양으로 오용하고 보는 사람의 관점이 그같이 된 것 뿐이지 잘못은 아니다. 하나님은 아무리 크신 사업을 하셔도 사람을 손잡아 하시는 분이시다. 사도 시대에도 안디옥에서부터 교회는 조직이 되게 되었고 또는 조직도 없으면 아무리 성령의 역사라 해도 질서적 발전이 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요한복음 8장에 음행하는 여인을 치죄하고 예수님을 시험하는 우리가 구름같이 둘러섰지만 묵묵한 말씀에 죄인은 다 도망하였다. 오직 우리들이 가질 맘은 주여 내 중심에 오시옵소서. 주님과 나와 함께 하는 일과 세상 사람에게도 주님과 연결시키라는 것이 놓여 있는 사명이다. 금년만 지나면 과한 곤란은 면할 듯 하다. 인간이 도울 힘이 어디 있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지. 

 모든 일에 주를 위하여 인내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원하는 뜻을 이루어라. 할 말 많으나 네 건강과 주님 은혜 풍성하기를 바라며 주님께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