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기본소득의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기본소득 논의는 2009년에 발족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실행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의해서 처음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당의 기본소득 집행에 관해 일부야당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쏟아냈고, 여당 내에서도 전부지급과 선별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서 선별이냐 보편이냐, 80%냐 100%냐 하는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재명지사는 보편지급에서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에 대해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이지사가 자신의 제1공약을 철회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부지급을 한다고 뭐라고 하더니만, 후퇴하니까 또 후퇴한다고 뭐라고 하는 양상입니다.  이에 대해 이지사는 정책은 절대진리가 아니며 유연성에 기초한 내실화가 필요함을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은 소득에 따른 차등 징수를 통해 부의 재분배에 기여합니다.  그런데 코로나와 같은 재난에 대한 지원은 긴급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두 지급하는 것이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는 효율적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쟁으로 비화된다면 그냥 양보해서 선별지급을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송영목 학자는 [사회복지와 기본소득에 관한 성경적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성경적 근거를 고찰했습니다.  그는 먼저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제도를 들었는데, 모세 당시에도 실업과 빈곤 등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리셋이 필요했고, 이러한 희년제도는 기본소득 정신의 대표적인 사례임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민수기에 나오는 가나안 땅 분배가 인구수에 비례한 방식으로서 기본소득의 개념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신약에서는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가장 애호하는 본문은 포도원 품꾼 비유로서, 일한 시간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모두 한 데나리온을 받았음을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포도원 품꾼 비유는 주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구원이 주어진다는 해석을 하게 되는데, 기본소득의 개념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 교인들이 각자의 소유를 자발적으로 공유했던 것도 기본소득의 사례로 설명을 합니다.  이렇게 보니 성서도 기본소득의 이론적 근거를 잘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약 5년 전부터 제목에 기본소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신학계의 논문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몇 개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김학철, “한 데나리온의 애환(哀歡): 기본소득과 경제인권의 성서적 근거,”(2016)

2. 이영재, “오경에 나타난 레위인의 기본소득,” 『기독교사상』 6월호 (2016),

3. 조혜신, “희년법 원리의 제도적 구현 가능성에 관한 小考: 기본소득 제도를 중심으로,”(2018)

4. 최성훈, “기본소득에 대한 신학적 분석: 인간존중의 가치 실현을 위한 방법론적 의의,”(2020)

기본소득 보편지급을 주장하던 분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는 바람에 정책을 선회하게 됨으로써, 이제 기본소득 전부지급 시행은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손가락보다 달이 더 중요한 것이니, 정책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편, 성경에는 곳곳에 사회적 약자를 선대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비록 기본소득 보편지급은 후퇴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본소득 정신은 여전히 계승되어 대한민국이 복지선진국으로 더 발전해 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