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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꿈꾸는 세상
박효숙  |  hyosook0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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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7월 03일 (토) 00:14:55
최종편집 : 2021년 07월 03일 (토) 00:17:01 [조회수 : 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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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모여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아무 연락없이 시어머님이 들어오셨지요.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식사하셨어요?” 하고 여쭈었고요. “보고 싶어서 왔지. 밥은 먹고 왔다” 하셔서, “그럼, 쇼파에 앉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제 저희들 저녁 다 먹었어요” 하고 먹던 밥을 얼른 먹고, 식탁을 치우고 어머니를 맞았어요. 그런 일이 있고, 집으로 돌아가신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큰 아주버님이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아니, 어쩌면 엄마 식사도 안 드리고 가시라고 할 수 있어. 실망했네. 엄마는 지금 동생집에 다녀온 후로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고 속상해하고 계시네”

50대쯤 보이는 내담자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남편은 남편대로 형님이 실망했다는 말에 억울해서 속상해하고 있고, 자신은 “나쁜 년, 시어미에게 밥 먹으라고도 안 해!” 라며, 드러누워 계신다는 시어머니가 생각나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고 했습니다. 시어머니와 자신, 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남편도 아이들도 “보고 싶어서 왔지. 밥은 먹고 왔다” 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억지를 쓰셔도 너무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는 고부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가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중 메시지(double message) 사례입니다.

이중 메시지란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부정하는, 둘 이상의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사소통상의 딜레마를 말합니다. 여기 저기를 묶어 놓는다고 하여, 이중구속 (double bind) 이라고도 합니다.

이중 메시지의 핵심은 통제입니다. 겉으로는 “보고 싶어서 왔지. 밥은 먹고 왔다” 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얼른 내 밥상도 차려내라”고 몸으로 말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 경우, 상대가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길 바랍니다. 진짜 의도는 숨긴 채 상대를 위하는 척, 말로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의 메시지와 말 속에 있는 메시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합니다. 이러한 역기능적 의사소통은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 안에서, 정서적으로 고통을 안겨줍니다.

일상에서 이러한 이야기 패턴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이중 메시지의 부정적인 역기능적 관계패턴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점점 심화되어 갑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 전수되어 점점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이중 메시지를 오랫동안 연구한 심리학자  베이트슨은 이중 메시지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관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이중 메시지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킬뿐만 아니라, 자녀를 지속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처하게 만들어서 다음 세대로 갈 수록 정신적인 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중 메시지를 ‘미치게 만드는 대화법’이라고도 합니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당장은 서로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진심과 맞닿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집 찾아오느라 지쳤어. 배도 고프고 힘드네” 라고 말하고, ”연락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네. 손주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미처 다른 생각을 못했네” 라고 솔직하게 표현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른들은 이런 솔직한 대화가 무척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대화를 기대하는 쪽이 더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셨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황당한 방문을 환영해드리고, 나중에 천천히 분위기가 좋아진 후에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다음에 오실 때 오신다고 연락하시면, 모시러 갈께요.” 하며, “제가 요즘 너무 분주히 사느라 어머니를 알뜰히 살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하고 서운한 마음을 따뜻하게 짚어 드리면 어떨까요?  

당장은 풀릴 것 같지 않은 어려운 문제지만 어느 기분 좋은 날, 살아 계심에-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고 진심을 나눈다면, 어떨까요?

가족관계, 소통이 중요합니다. 서로 연합하여 화목하는 것, 우리 모두의 미션입니다.

지금 닥친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부지불식 간에 사용하는 이중 메시지가 있지는 않은 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불안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이중 메시지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림은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이고, 자신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상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 앞서, 바로 자신이 이중 메시지의 핵심인물은 아닌지, 먼저 자신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상대의 이중메시지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능력은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그림자입니다. 그리고 당장은 피해자인 것 같아 보이지만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관계, 우리 모두의 화두입니다.

모든 사람과 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과의 관계회복이 이루어지면, 어떤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평안이 찾아오고, 비로소 꿈꾸는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박효숙목사 / 청암 크리스챤아카데미 . 목회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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