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계십니까

<광야에서>, 존 비비어 저, 정성묵 역, 두란노서원

인생에서 광야와 같은 시간을 지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기도를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만 같고, 그토록 가깝고 친밀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만 같은 시기를 한 번 쯤은 겪어봤기 마련이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찬양 히즈윌의 ‘광야를 지나며’ 중,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나를 고독하게 나를 낮아지게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없게 하셨네 광야, 광야에 서있네” 찬양의 첫 부분인데 어둡고 메마른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는 너무나 공감이 돼서 첫 소절만 들어도 눈물이 차오른다.

평온하던 삶 가운데 광야와 같은 시기를 맞닥뜨리게 되면 ‘내가 어떤 죄를 지었길래 이런 벌을 받게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 “광야에 접어들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내가 어쩌다 하나님을 이토록 화나게 했을까?”라고 묻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광야의 의미나 목적을 오해한 결과다. 성경과 역사 속의 많은 인물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이 주신 운명을 준비했다. 따라서 광야는 하나님의 거부가 아니라 준비의 장소다”(29). 존 비비어의 아내 리사 비비어는 추천 글에서 “하늘 아버지는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 준비의 시기를 통과하게 하신다”라고 이야기 한다.

두 번째 파트는 제목에서부터 위로를 받았다. "믿음의 동행자들, 모두가 광야를 걸었고 경험했다”(39). 이 메마른 시기는 나 혼자만 겪는 나에게만 주어진 고난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 속 믿음의 선배 욥과 모세, 다윗, 요셉, 바울 등 모두가 광야의 시간을 통과했다. 성경 인물들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택하시고 그분의 일을 맡기시려는 자들은 이 시기를 분명히 지난다. 그것을 알고 이 시기를 지날 때와 그것을 모르고 이 시기를 지나는 것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광야의 목적과 유익을 이야기 하고 우리가 광야의 시간을 좀 더 지혜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광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팁도 친절하게 적어두었다. 

“광야는 하나님이 우리를 시험하고 겸손하게 만들며 강하게 단련시키는 곳이다. 광야에서 하나님은 우리 안에 경건한 인격을 형성시키신다. 광야는 나중에 하나님 나라의 일에서 열매를 거두기 위한 준비의 장소다”(43). 또한 광야의 시간은 우리 안에서 성령의 열매가 자라게 하고 우리가 예비된 일을 충분히 감당할 영적 근육을 기르는 시기라고 이야기 한다.

“광야는 다른 종류의 궁핍한 시기다. 그 시기는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을 경험하는 시기다. 그 시기는 하나님이 영적으로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시기다. 단, 그것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 광야의 목적은 우리를 정화하고 강화시키는 것이다. 광야에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이다. 그럴 때 다시 풍성한 시기가 찾아와도 우리에게 풍요를 주셔서 언약을 이루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다(신 8:2-18)”(61).

“시험의 불은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성품과 우리의 불순물을 분리한다”(138). 이 시간을 통과하며 우리는 정결케 되고 정화되며 예수님의 성품과 가까워 질 수 있다.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이 당신의 인생 여정에서 꼭 필요한 기착지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곳은 당신의 훈련장이다. 이곳은 약속에서 그 완성으로 가는 길에 꼭 거쳐 가야 할 곳이다. 약속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고민은 하나님께 맡기고 당신은 그저 그분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 그 분은 믿음의 주요 온전하게 하시는 이시다. 우리는 그저 그분을 믿고 그분이 ‘오늘’ 보여 주시는 것에 순종하면 된다”(218-219).

“우리의 초점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의 목적이어야 한다”(229). 광야는 우리가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닌 잠시 머무르는 곳.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광야의 고난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볼 때 우리는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고 기꺼이 이 시간을 지날 수 있지 않을까.

민학기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