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속에 담긴 빛바랜 역사와 진리 찾아 읽기 

<교리와 장정>, 기독교대한감리회, 2019

제가 <교리와 장정>을 들고 나오니 웬 교리장정? 이라면서 뜬금없어할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시집이나 도도한 서사를 담고 있는 소설책을 ‘오늘의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사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을 소개하려는 마음이 든 것은 꽤 여러 날 전이었는데 지금껏 망설이고 있었지요. <교리와 장정>은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감리교회 공교회 조직을 공고하게 받쳐주는 일종의 법조문인데 이런 책을 ‘오늘의 책’에 소개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한 선배 목사의 이야기는 교리와 장정을 꼼꼼히 읽는 것도 여느 책을 읽는 것 못지않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지요. 그는 감리교회의 교리를 바탕으로 현안을 다루는 한 모임에서 충격을 몹시 받았답니다. 회의가 참 우스웠던 모양입니다. 회의가 감리교회의 교리적 전통과 역사에는 무지한 채, 목소리만 큰 한두 사람에 의해 좌우되었거든요. 반론과 제대로 된 변증을 이끌만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한 채 회의가 끝나버리자 회의에 참석한 자신이 너무 속상하고 허탈하기만 했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교리와 장정>을 펼쳐보았습니다. 간결하게 정리된 ‘역사와 교리’ 안에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저도 그 얘기를 듣고 ‘교리와 장정’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짐을 했지요. 언제나 ‘교리와 장정’을 들고 다니면서 감리교회 정신을 말해야겠다고 말이지요.

<교리와 장정>의 주 독자는 감리교회의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인 장로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감리교 신학생들이 여기에 포함이 되겠지요. 신학생들과 연급 중에 있는 전도사들은 이 책을 보다 집중해서 읽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늘 휴대하고 집중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좀 더 다른 부류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조직된 감리교회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장정에 기초해서 풀어나가야 할지, 현안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맞습니다. <교리와 장정>은 매뉴얼입니다. 개체교회와 지방회, 그리고 연회와 총회를 운영하고 움직이는 실질적인 지침서이지요. 하지만 저는 나름의 <교리와 장정> 독서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장정’에 실린 역사적 진술과 교리적 진술을 먼저, 세심하게 읽고 독해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장정’을 실질적인 지침서로 대하자는 것이지요. <교리와 장정>을 잘 안다면서 ‘역사와 교리’편을 펼치지 않는다면 감리교 정신을 빼놓고서 감리교 장정을 대하는 것입니다.  

<교리와 장정>은 모두 1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리와 장정’ 배열이 눈길을 끕니다. 모법인 ‘헌법’을 제2편에 싣고, 제1편에 ‘역사와 교리’를 맨 앞에 싣고 있습니다. 감리교회의 뿌리와 정체성이 ‘역사와 교리’에 담겨있다는 강조이지요. ‘역사와 교리편’의 백미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설립에 대한 전권위원장 웰치 감독의 설명입니다. 또 교리편으로 가면 웨슬리로부터 전해오는 신앙과 교리의 유산, 기독교대한감리회 신학을 위한 지침, 그리고 한국감리교회의 신앙고백과 사회신경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라 보입니다. 이들 ‘역사와 교리’에 관한 진술들은 감리교회 안에서도 잊혀진 문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절한 바램 하나 나눠봅니다. <역사와 교리편> 만이라도 작은 간행물 형태로 발간한다면 ‘교리와 장정’의 이 역사적 문건들이 되살아나서 이 땅의 감리교회가 ‘진정한 기독교회’, ‘진정한 감리교회’, ‘진정한 한국적 교회’로 소생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이광섭 목사 (전농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