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 바로 쓰기

<우리글 바로 쓰기>, 이오덕, 한길사

긴 글도 짧은 글도, 글을 쓰는 게 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숙제 하듯이 썼던 일기도, 언제 마지막으로 써 봤는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 편지도, 요즘 한 달에 한 번 여기에 쓰는 이 글도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설교문을 자주 쓰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라는 걸 쉽게 말하자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한 글자 한 글자 붙여 놓기만 하면 되는 건데 막상 그렇게 하려면 머릿속도 새하얘집니다. 어렵게 쥐어 짜내듯 간신히 글자들을 죽 이어 붙여 놓지만 읽어 보면 초라하기도 하고 부끄럽습니다. 내가 써 놓은 글인데도 다시 읽어보면 게다가 소리 내서 읽어보면 어색하기 짝이 없을 때도 참 많습니다. 

며칠 전 어느 목사님 설교를 영상으로 보고 들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씀하셔서 듣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듣기에 거슬리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 되어 집니다’, ‘- 라는 것입니다’ 같은 말들입니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말씀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끝까지 다 듣고 난 다음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그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설교 말씀을 잘 들었다는 인사를 드리고 조심스레 말씀을 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 쓰신 설교 원고를 혹시 보내 주실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 드린 이유를 다 들으시고는 기분 나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흔쾌히 원고를 보내 주셨습니다. 

보내 주신 원고를 출력해 놓고 빨간 펜을 들어 여기저기 다듬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손대지는 않고 말투를 고쳤습니다. 글 쓰듯 쓴 글이 아니라 말하듯 쓴 글처럼 고쳐보았습니다. ‘-의’ 라는 글자를 지웠습니다. ‘-의’가 없어도 말하는데 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더라구요. 위에서 예를 들었던 ‘- 되어 집니다’, ‘- 라는 것입니다’ 같은 말들도 고쳤습니다. 누가 해 준 말을 다시 전해 주는 것 같은 말투를 고쳐서 내가 네게 들려주는 말이 되게 했습니다. 다 다듬고 나니 다시 돌려드리기가 더 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용기 내어서 보내드렸습니다. 다 읽어보시고 나서는 자기도 설교를 하면서 어색했던 것을 느낀다며 되도록 말하듯 설교하도록 원고를 쓰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일본말 버릇에 굳어져 있고 외국어를 번역해 놓은 듯한 글 때문에 무슨 뜻인지 전하기 어려운 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제가 읽고 도움을 받았던 책이 ‘이오덕’ 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쓰기>였습니다. 이 책은 문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닙니다. 기계적인 글쓰기에 대해서 말하지도 않습니다. 제목처럼 우리글을 바로 쓰기 위해서 바른 마음을 갖게 합니다. 우리말에 어떻게 병이 들고 어지러워졌는지 알려 주고, 말을 바르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그 말을 다시 글로 편하게 풀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누구보다 말을 많이 하고(설교) 그 설교를 위해서 글을 많이 써야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바르게 생각하고, 그 바른 생각을 부드러운 글쓰기로 옮겨 놓고, 그 글을 잘 다듬어 힘 있게 말하면 하늘 소리를 땅에 이르도록 잘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송주일 목사(신장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