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
   
‘말(言語)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잠언에도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다”(잠언 18:21)고 했을까? 우리는 이미 말의 중요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떻게 혀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산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말이 와전되어 낭패를 보거나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입힐 때가 있다. 마음이 약해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심술궂은 언어적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 밤새 “아, 그때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는데 난 왜 이렇게 당하기만 하지”하며 잠 못 들 때도 있다. 

이러한 우리에게 말의 내공을 키워주는 책이 성경이라면, 이 책은 말의 외공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텅후(Tongue Fu-중국무술 Kung Fu에서 따옴)이다. 말로 상대를 우아하게 제압하는 ‘대화의 무술’, 상처 줘서 적을 만들거나 상처받아서 적이 되지 않는 화술을 의미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해야 할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도달한 사람일 것이다. 4부 56장면(Scene)으로 구성된 이 책이 매 Scene 마다 제시하는 Tip - 그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 ‘해야 할 말과 행동’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버럭 하는 마음을 빨리 가라앉히기/ 내가 옳은데도 협상해야 하는 이유/ 누군가 교묘하게 당신을 조종하려 든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때 해야 할 말/ 승자 없는 논쟁에서 빠져나오는 법/ 대화를 논쟁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그리고’/ 힘에 맞서지 않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 관계를 망치지 않고 부탁을 거절하는 기술/ 당신과 상대의 권리를 동시에 지키는 법/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따르라/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다/ 말싸움을 말려야 할 때 필요한 것 등등. 

타인의 언어적인 공격에 상처 입지 않고 논쟁을 협력으로 바꿀 수 있는 대화의 기술, 진정한 고수의 화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생산적인 회의 진행의 기술/ 요령 있게 말을 끊는 기술/ 설득의 다섯 가지 원칙/ 상대의 거절을 뒤집는 3R 전략 부분은 회의 때마다 고성이 난무한 조직의 회의 진행자들이라면 귀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4부 ‘사람을 얻는 대화법’에는 따뜻한 공감과 격려의 기술이 담겨있어서 리더십 훈련 교재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실용적 지혜들로 가득한 이 책을 교과서로 ‘대화와 토론의 기술’이라는 과목이 중고교 과정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어려서부터 소통의 기술을 익힌다면 왕따, 학교 폭력, 청소년 범죄와 자살 같은 가슴 아픈 사건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적을 만들지 않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며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내 생각을 관철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Tip을 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언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