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하마의 Friday for Feminism-  열네번째 이야기 

- 거꾸로 된 세계지도

신학은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학문이다. 삶,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해 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것, 존재론적인 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경쟁해서 이기라는 메시지를 주는 세상을 향해, 그래도 사람은 사랑할 때 더 빛나는 존재라는 해석을 한다. 사람을 권력관계로 이해하기보다 신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그것을 위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는 힘겨운 모험이다.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뒤바뀐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주에 붕 떠 있는 지구를 보고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찰떡같이 믿었던 지리학도 강자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북반구, 유럽중심으로 그려진 지구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다. <관점주의, perspectivism> 는 너는 틀리고 나는 맞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점 주의는 당신이 그렇게 보고 있지만, 다른 자리에서 보면 다르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남성의 세계에 도전하는 여성 우월주의가 아닌가? 라고 말한다. 그럴까? 내게 페미니즘은 신학처럼 <관점> <세계관> 의 학문이다. 하나님이 그토록 더 사랑했던 가난한 과부, 이방인, 고아, 즉 이 땅에서 차별당하고 착취당하고 침묵 당하는 정치적 소수자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신학과 너무 닮았다.

오랫동안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 편이었다. 사람들에게 고아의 친구가 되라고, 과부에게 인색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그러나 교회는 고아와 과부의 모습에서 하나님을 찾지는 않았다. 그들을 불쌍하게 여겼을 뿐, 부자가 되어 그들을 도우라고 했을 뿐이다. 동정은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 교회는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지향했고, 여자, 성 소수자, 이방인, 가난한 사람은 교회 문밖 언저리에서 손을 벌리고 서 있게 했을 뿐이다. 

페미니즘은 여자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말라고 한다. 여자들이 옳다고 말한다. 여자들,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폭력에 시달려 우울과 울움이 뒤섞인 작은 목소리를 낼 때, 그들이 옳다고 말한다. 여자의 얼굴, 아시아인의 얼굴, 가난한 사람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여성 우월주의일까? 이것은 여성들에게 더 힘내라는 메시지, 겁나게 용감하게 살라는 메시지다.

최근 감리교단에서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으로 시끄럽다. 강사에게 ‘동성애지지’ 여부를 묻고, 강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사전검열을 시도했다. 성평등은 섹슈얼리티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위계와 불평등속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권력은 상대방의 가장 내밀한 것까지 통제하려는 성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한 독재자는 ‘남자의 허리 아래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섹슈얼리티는 언제나 권력자의 것이었다.

성평등 교육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으로 깔린 위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어느새 남성 중심집단이 돼버린 목회자 집단, 지식인, 중산층이 되라고 독려하는 교회는 변혁의 힘을 잃고, 불평등의 증상(symptom) 만 드러내고 있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교육하라고 성평등 교육 강사에게 요구했다니, 씁쓸하다. 퇴락하는 권력자의 여유없는 모습이다. 유행에 뒤처지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인권에서 교회가 낙후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