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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선에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NCCK언론위 “복수 대행극에 열광하는 사회의 종착지는?”
이병왕  |  wanglee@newsn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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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6월 09일 (수) 23:11:14 [조회수 :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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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 이하 ‘언론위’)는 2021년 5월의 시선으로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을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서 ‘모범택시’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를 지칭한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악이 악의 능력을 정의 실현에 쓴다는, 소위 ‘다크히어로물’로 법이라는 공공영역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도달할 종착지를 그려냈다.

<모범택시>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해 준다.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는 피해자의 억울함에 감정이입을 하고, 가해자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분노하며, 범죄자를 벌주지 못하는 법을 다시 불신한다.

분노와 불신이 큰 만큼 복수는 통쾌하다. 이제훈이 악당들을 맨손으로 일망타진하는, 때로는 과도하기까지 한 폭력장면에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한다.

언론위는 “다크히어로물은 법이란 공공재의 대체재에 다름 아니다. 법이 실종한 공공영역에는 또 다른 다크히어로물이 채워질 것”이라며 “오늘 NCCK가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공공영역의 민낯을 시선하는 이유”라고 선정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언론위원회가 밝힌 선정 취지의 구체적 내용이다.

"지난 23일 아침, 부산의 보건소 직원이 코로나바이러스 격무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코로나로 기존의 업무 외 선별진료소 파견, 역학조사 등에 동원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업무에도 동원되면서 한 달 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고 한다. 죽기 직전 업무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희망이 없었으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까.

5년 전인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김 군'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NCCK가 <이달의 시선>으로 처음 주목한 사회적 죽음이었다(2016년 6월의 주목하는 시선, <김 군의 가방>).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 군은 서울메트로와 계약을 맺은 은성PDS에서 일했다. 2인 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 군은 혼자 작업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열아홉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29일은 김 군의 생일이었다.

두 죽음 사이에 5년 간격이 있지만, 죽음의 본질은 같다. ‘있어야 할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있어야 할 것’의 부재는 현장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 갔다. 5년이 흘렀지만 ‘있어야 할 것’을 만들겠다던 이들의 약속은 구호로 그쳤다.

두 죽음을 다시 본다.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조건은 더 악화됐다. 과연‘의료현장’과 ‘노동현장’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현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김 군에서 제주 실습생 이민호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노동자의 죽음은 현재진행형이다. 5월 말, 단 1주일의 기록이다.

30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작업자 두 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질식사했다. 하루 앞선 29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27일에는 인천 한 아파트공사장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26일... 24일... 23일... 거의 매일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적 돌봄에서 방치된 이들을 파고들었다.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 삶의 조건을 담보하는 중요한 공공영역이다. 두 현장에서 이어지는 죽음의 행진은 공적 영역에서 안전권과 노동권이라는 공익성이 구멍 난 현실을 대변한다.

그뿐이 아니다. 정치, 법, 교육, 언론,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영역들이 코로나로 무너지고 있다.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할 주체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공공의 기능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된다. 개인은 공공의 순기능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세상은 불신사회로 진입한다. 불신사회는 다시, 각자가 제 삶을 도모하는 각자도생 사회로 진전한다. 이는 세상을 지탱하는 공적 기능과 신뢰가 무너져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개인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법 영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 인권을 수호하는 대표적 공공영역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와 ‘성 접대 사건’을 비롯한 제 식구 감싸기, 선택적 기소와 수사로, 법원은 판결개입과 사법 농단으로 신뢰를 잃었다.

공익성을 상실한 법 영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과 선택의 결과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가 잘 보여준다.

그동안 법은 강자와 있는 자에게 약하고, 약하고 없는 자에겐 강했다. 아픈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감싸지도 대변하지도 않았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법이라는 공공영역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도달할 종착지를 그려낸다.

악이 악의 능력을 정의 실현에 쓴다는, 소위 ‘다크히어로물’은 법이란 공공재의 대체재에 다름 아니다. 법이 실종한 공공영역에는 또 다른 다크히어로물이 채워질 것이다. 오늘 NCCK가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공공영역의 민낯을 시선하는 이유다.

다시 강조한다. 코로나 19로 심화한 불평등이 사회적 약자를 공격할 때 이를 감당할 곳은 국가밖에 없다(<국가의 귀환>, 장덕진 서울대 교수). 지금 국가는 자신이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언론은 왜 필요한가, 법과 의료,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의료는, 법은, 노동(현장)은, 언론은, 정치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공공재로 거듭나라. 5년 터울의 두 죽음의 시선이 사적 복수극 <모범택시>를 향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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