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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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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5월 21일 (금) 00:06:16 [조회수 : 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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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멀린다의 이혼이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이혼의 변이다. 언표된 말보다 숨겨진 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부부 간의 내밀한 속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책임을 지는 것이고, 지향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길이 자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물을 피해 이리저리 에돌다보면 방향을 잃기 일쑤라는 데 있다. 프랑스 조각가 자코메티의 ‘광장을 가로지르는 남자’처럼 우리는 어딘가로 향하지만, 근원적 쓸쓸함으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한다.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근작 <클라라와 태양>은 미래 세계의 모습을 그려 보여준다. 작가는 유전자 교환을 통해 특정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향상된 인간들이 등장하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 세계를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로 그리지 않는다. 가즈오가 작품을 통해 묻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향상된 아이들은 로봇인 에이에프(아티피셜 프렌드)를 친구로 삼는다. 조시도 에이에프 클라라를 구입한다. 클라라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배우려는 욕구가 강하다. 보는 것을 흡수하고 그것을 종합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스스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이 외로움 때문에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금방 알아차리지만, 사람은 때로 외로움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기도 한다. 클라라는 병약한 조시가 잘못될 경우 자신이 조시의 카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조시의 아버지 폴의 질문 앞에서 클라라는 다소 혼돈을 느낀다. 폴은 인간의 마음이란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습관이나 특징, 말투나 행동거지를 아는 것만으로 그를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폴은 시간이 충분하여 많은 정보를 얻는다 해도 한 존재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마음은 방이 많은 집과 같아서 방들을 하나하나 열고 들어가 각 방의 정보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방 속에 또 다른 방이 있고,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방이 눈 앞에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미로와 같다.

세상의 어떤 이론도 지혜도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에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근사치일 뿐이다. ‘알 수 없음‘이야말로 생명의 실상이다.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결국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허세 부리려는 욕구에서 해방된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 평화가 시작된다.

도시적 삶은 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그 분잡에 휩쓸리다보면 존재에 대한 질문은 스러지고 살아남기 위한 맹목적 앙버팀만 남는다. 숨은 가빠지고 타인을 맞아들일 여백은 점점 사라진다. 서슴없는 언행과 뻔뻔한 태도가 당당함으로 포장될 때 세상은 전장으로 변한다. 정치, 경제, 문화, 언론, 사법, 종교의 영역에서 발화되는 말들이 세상을 어지러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태도가 있다면 ‘머뭇거림’이 아닐까? 

머뭇거림은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으려는 겸허함, 함부로 속단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조차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내포한다. 모든 틈은 깨진 상처인 동시에 빛이 스며드는 통로인 것처럼, 머뭇거림은 우유부단함처럼 보이지만 나와 타자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머뭇거림이 사람을 자기 초월의 방향으로 인도한다.

(경향신문, 5월 8일자 '사유와 성찰' 란의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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