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arte

여기, ‘오늘의 책’ 배너를 클릭하여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책을 꽤나 읽은 다독가이거나 읽고 쓰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근래 책을 너무 멀리하고 산 것 같아 남이 추천하는 책이라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분들이겠지요. 물론 이 외의 다른 이유일 수 있지만,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책’이라는 것에 관심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는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죠? 왜 책에 관심을 두게 되신 거죠? 책이라는 것이 여러분에게 대관절 무엇이길래요? 책, 이게 뭐라고.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자신을 읽고 쓰는 인간이라고 소개하는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입니다. 저자는 책을 읽고 쓰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공동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묶어서 낸 글입니다. 

무언가에 깊은 애정을 쏟는 사람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죠. ‘이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렇게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입가에 스며든 웃음은 감출 수가 없을 겁니다.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저자도 그랬을 겁니다. 책을 읽고, 쓰고, 비평하고, 심지어 책에 대해 말하는 자신을 보며 신기하면서도 즐겁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각자의 책을 손에 들고서, 이 같은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에 공감하면서 ‘그러게, 책 이게 뭐라고’ 하며 웃음 짓게 되는 것이죠.

저자는 다양한 관점으로 책에 대해 궁리합니다.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대해. 전자책을 읽는 것에 대해. 한국문학의 현실에 대해. 출판계의 미래에 대해. 쓰는 행위에 대해, 에세이와 기사와 소설과 르포르타주에 대해. 웹소설에 대해. 요즘 아이들은 검색할 때 네이버나 구글보다 유튜브를 사용한다던데, 이런 뉴미디어 시대에 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여하튼 책 그 자체에 대해.

작가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과 의미를 찾아가려는 듯합니다. 나는 왜 읽는가. 나는 왜 쓰는가. 그리고 그건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이지요. 왜 읽는가. 왜 쓰는가. 

“정말 그럴까? 읽고 쓰는 일만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신형철 평론가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글에 나온 문장을 소개하며 질문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등. 우리는 읽고 쓰는 행위에 여러 가지 가치를 두고 있는데, 과연 그 가치는 유효한가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우리는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 사유는 ‘책’이나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고 몸담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파헤치게 합니다. 

“기실 우리 시대의 문학과 예술이 논평가의 업무라도 제대로 해내는지 의문이다. 눈물 흘리거나 비명 지르는 걸 논평이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지금 문학이 과학기술에 대해서만 무력한 것도 아니다. 가령 선물 시장이나 투자은행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문인이 몇 명이나 될까? 금융시장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현대자본주의의 탐욕을 지적할 때 그 목소리에 과연 얼마나 힘이 실릴까?”

이 문단에서 저자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문학을 종교라는 단어로 바꿔 읽어보면 어떻습니까.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자신들을 시대를 앞선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점점 게토화’ 되었다는 저자의 자기비평이 지금 우리 시대 종교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뜨끔했습니다. 

읽고 쓰는 것. 그것은 결국 세계의 의미를 찾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사유하고, 사회와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읽고 쓴다는 것은 단순히 책에만 머무르는 행위는 아닌 듯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말합니다. 여러 의미와 당위를 갖다 붙이기 전에, 일단 읽는 게 즐겁기 때문에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책’ 배너를 클릭해 들어오신 여러분이라면, 이 책에 분명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여러분은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 계신 분들이고 책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분들이니까요. 책, 이게 뭐라고 말이죠. 

정유은 목사 (라오스평화선교사, 꿈이있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