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누구인가, 인간의 특성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인간에 대한 질문은 오랜 역사를 갖는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스핑크스의 질문이 있다. “아침에는 네발로 낮에는 두발로 밤에는 세발로 걷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은 인간의 신체적 실존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존재와 삶의 철학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불가(佛家)에서는 무한 겁의 시간에서 윤회의 틀에 인간이 이 세상에 와서 깨달음과 보시의 삶을 살다 다시 윤회의 회통(回通)으로 돌아가는 존재로 이해하였다. 유가(儒家)에서는 조상들의 덕을 중시하며 현세에서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실현하며 수신(修身)과 제가(濟家)를 이룩하며 더 나아가 치국(治國) 및 평천하(平天下)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 생각했다. 흔히 동양에서 인생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로 노래하는 격언들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성경에도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나 흙으로 돌아가리라’(창 3:19)라고 말씀하시며 물리, 화학적 관점에서 육체에 대한 진리를 설파하였다.

그럼에도 인간에 대하여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많은 선현들의 명언과 명저와 삶의 괘적들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위인들의 생각들로 다음 내용을 들 수 있다. ‘우리의 세계는 본질(idea)이 아닌 그림자와 같은 현상들로 이루어져 있다’(Platon), ‘인간은 사회적적 동물이다’(Aristotle),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하는 것은 사랑이다’(Augustine). ‘인간은 이성적이다’(Kant) 등의 내용을 들 수 있다. 특히 근세와 르네상의 중요한 계기를 제시한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명제는 수세기 동안 인간사회를 지배했다.

▲ 서로 배려하는 코끼리들

메가트렌드(Megatrend)란 여러 저술로 유명한 네이스비츠(J. Naisbitt)는 현대의 특성의 하나 로 하이테크(High Tech)와 하이터치(High Touch)를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의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로봇, 드론, IoT, 3D 등의 기술과 광속 인터넷망과 SNS의 확장 등의 첨단 기술과 동시에 높은 연결과 접속을 예언한 샘이다. 더구나 오늘날 세계에 만연한 코로나 19 팬데믹 현상은 사람의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소통과 비즈니스, 강의, 공연, 연회, 여행 등 거의 모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와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소위 비대면(untact)의 일반화를 강요하고 있다.

근래 기업 등 업무를 재택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오늘날 개인의 경조사나 동창회, 동호회 등 거의 모든 모임과 행사를 직접 메일이나 문자를 전달하기도 하나, 많은 경우 단체대화방 등에서 연결, 접속(contact)하고 소통하게 된다. 종교적 행사나 예배 및 전도와 선교도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온(on), 오프(off)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소위 올 라인(all line) 소통이 확장되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의 존재와 삶의 방식이 커넥토, 에르고 숨(Connecto, Ergo Sum; 연결(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는 새로운 명제의 시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의 대전제는 연결자들의 독립성과 자유를 기반으로 하며 연결의 객체인 컨텐츠는 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오늘 우리 개인은 인터넷 서핑(surfing)을 통해 정보와 많은 뉴스의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에 비유된다. 얼마나 많은 연계망을 갖는가, 얼마나 능력있는 주체들과 접속되어 있는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원과 소통할 수 있는가는 개인과 조직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우리는 너무도 많은 허위 정보와 남을 음해하거나 비방하는 댓글에 노출되어 있다. 연결하기에 존재하는 인간들이라면 최소한 그 대상은 진실한 내용을 기반해야하며 주체들은 자유와 독립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간이 보다 행복하기 위해 철학자 칸트가 제시한 “첫째, 해야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을 때...”란 세 가지 조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성현들이 가르침처럼 인간이 서로 사랑할 때 세상은 평화와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사랑 구분인 아가파오는 히브리어 아가브(עָגַב to breathe to love)에서 파생된 것을 추측하는데 생명과 관계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으로 신적사랑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친구나 이웃 또는 타인에게 애정이나 호의를 가지고 좋아하는(have affection, friendly love to neighbor) 우정과 신뢰의 관계를 의미하는 사랑으로 필레오(φιλέω, phileo)를 얘기한다.

오늘 우리들의 과학기술이 이룩한 스마트한 사회에, 최고의 연결(high touch)이 가능한 시대에 이웃을 배려하는 필레오를 지향하고 실현할 수는 없을까?란 망상적인 질문을 해보게 된다. 생각하는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현재 대면적 연결이 아닌 비대면의 연결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연결은 대면인가 비대면인가 보다 그 속에 최소한의 예의와 친절 그리고 배려와 사랑이 있는가이다.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존재의 근거가 되는 “필레오(φιλέω, phileo) 에르고 숨: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시대는 불가능한 것인가?란 질문을 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가를 생각해본다.

▲ 함께 사는 아프리카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