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식 목사(신생교회/감리회본부 공정감시단원)

독점적 교권을 가진 감독회장의 지위는 예수 시대의 대제사장의 직위와 같다. 한 축은 로마 권력이고, 다른 한 축은 유대민족주의였다. 현실에서 교권과 세속권력은 제정일치의 본능에 충실하게 사사로이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다. 일제 36년 간 조선총독과 교회의 수장도 마찬가지였다. 총독부는 종교단체법을 만들어 여러 교단들을 통합하여 옥죄기 시작했다. 여기에 감리교회의 수장 정춘수 감독이 먼저 충실하게 순응하였다. 감독의 고삐만 거머쥐면 감리교회는 빠르게 동화되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 시에는 일사불란하게 군자금과 군수물자 헌납에 앞장섰다. 해방과 6.25 전후 국가의 혼란한 정국에서도 미국 선교부의 지원금을 배분하는 감독의 지위는 교회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계파원의 이익을 위한 자리였다. 감리교회를 지키는 일은 감독이 아니라 언제나 일반목사와 평신도의 몫이었다.

1970년대 초에 감리회 본부 지배세력이었던 상화파가 쇠퇴하고 호헌파가 득세하였다. 감독정치의 정점에는 유지재단이사장을 겸한 감독회장이 있었다. 재정권, 인사권, 정보력, 외교권을 독점하는 지위였다. 교회법 교리와 장정은 감독정치의 토대가 되었다.

감독회장의 2인자

감독회장의 2인자는 행정기획실장과 유지재단사무국장이다. 재단사무국은 전국 감리교회의 재산을 보전하고 본부기본재산을 수익관리하며 막대한 재원을 운영하는 기구이다. 감독회장의 급료를 책임지고 선교비를 지원한다. 세상경험이 있는 장로들이 재단사무국장에 임명되기도 했지만 주로 정치계파의 심복인 목사가 임명되었다. 이런 목사들 가운데는 후에 감독이 되기도 했다. 행정기획실은 감독의 인사, 행정, 정책을 기획하는 곳이다. 그래서 두 기구의 책임자는 감독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충복이 임명되었다. 좌청룡 우백호 같은 이들이다. 이들이 모든 실권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감독회장이 부흥, 개혁, 정직, 희망의 깃발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추락한 근저에는 잘못 기용한 행정기획실장과 재단사무국장이 이었다. 특히 2008년 감독회장 선거사태 이후 13년 동안 반복되어 온 혼란의 인위적인 요인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 이후 소위 신경한 군단은 계속해서 감리회 본부를 장악해 왔다. KD측의 감리회 본부 점거 당시에도 힘에 밀려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도 2인자들(행기실장서리 강목사, 재단사무국장 김목사)은 ‘우리는 감리교회를 지키는 자’라는 자부심으로 기세가 충천했다. 이들이 정말 감리교회를 지키는 자일까? 아니다. 기껏 해 봤자 감독회장을 사수하고, 본부의 밥그릇을 지켰던 것이다. 부하 직원에게 단체 조끼를 입히고 줄 세워 법원에서 선임한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쌍수로 환영하였다. 실제로 장로교 장로인 백현기 감독회장 직무대행 등에 올라타서 17개월 동안 1인자 행세를 하였다.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설득해서 감독회장 직인이 찍힌 명령서 하나 가지고 한국과 미국지역의 감리교회를 지배하였다. 이것보다 더 신나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

감독정치를 보고 자란 2인자들은 이러한 감리교회 교권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고분고분한 사람에게는 떡과 고기를, 순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엿 먹어라’는 식으로 대했다. 교인들은 감리회 본부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과연 2인자들이 감리교회를 지키는 자일까? 이런 사람들이 보좌한 감독회장들이 성공적으로 직무를 마치고 퇴임했을까? 이스라엘의 왕들 같이 서 너 명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감독회장들은 실정을 이어갔다. 정치파벌을 형성하고, 갈등과 불신을 양산하고, 본부 직원을 늘리고, 재산을 축냈다. 엉터리 법을 만들어 혼란을 야기했다. 부정한 처신으로 대외적으로 감리교회의 가치를 하락시켰다. 감독회장이나 감리회 본부는 있으나 마나하다는 평판이 일어났다. 불필요하게 방만한 조직은 정책과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중형교회 하나에 비교해도 뒤쳐질 정도로 비효율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본부의 각 국은 인건비 대비 1/10 되는 사업비를 집행하는 정도의 초라한 형국이다.

실패한 2인자 용인술

‘한 번의 실패는 병가지상사’라는 속담이 있다. 장군도 전쟁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자기변명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전쟁에서 패배한 군인의 명예가 국민의 고통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상습적인 실패자는 조직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2008년~2021년간 감독회장들의 연이은 실패 이면에는 실패했던 사람을 다급하게 다시 기용한 용인술에 있다. 단지 본부행정 경험이 있고,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기용했을 것이다. 백여명의 직원보다 2인자의 중요성이 절박했다는 점이다. 교권에 도전하는 저항세력을 억압할만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혹은 무엇인가 압박에 밀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개 선거를 도운 이들은 감독이나 감독회장의 약점을 잡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압박해 올 때 외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요셉과 같이 7년 대흉년 이 후를 대비하는 능력과 지혜가 있는 사람을 기용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전용재 감독회장 시절은 그리스의 시지프의 신화가 연상된다. 오르고 내려오고, 또 오르고 내려오는 허무한 일이 반복되었다. 이 시절에 2인자로 기용되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들은 송목사(행정기획실장, 기독교타임즈 사장), 이목사(재단사무국장, 행정기획실장)이다. 특히 이목사는 신경하 감독회장 때부터 기용되었던 인물이다. 목사들 가운데서는 최장 본부 근무 경력자이다.

이미 두 명의 감독회장이 본부재산 손실과 관련되어 총회재판에 기소되어 면직, 정직의 처벌을 받았다. 은퇴한 감독회장에 대한 처벌을 아무 효력이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일들이 실패한 2인자들 기용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2인자들도 감독회장의 위법한 일에 공모했기 때문에 면직, 정직, 근신 등의 처벌을 받았다. 그렇다고 40~50억원의 은급기금 손실을 변상한 것이 아니다. 신경하, 전용재 감독회장 위법하게 가져다가 사용수익을 했던 공금을 각각 3억원, 3억 7천만원을 반환하였을 뿐이다.

이런 패턴은 전명구 목사(선거무효로 감독 호칭 생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실패한 재단사무국장을 계속 기용하여 능란한 위법행위에 대한 분별력이 부족해서 낭패를 본 것만이 아니다. 실재로 본부에 편입된 상도교회의 1,000억원대의 재산이 반토막 나는 손실을 끼쳤다. 연회 총무로서 공금 관리에 실패한 이를 단지 친분을 이유로 행정기획실장으로 기용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철 감독회장의 2인자 용인술

이철 감독이 난관을 이기고 감독회장에 취임하자 이전 감독회장들(직무대행)이 양산한 과제들이 산적했다. 대개 2인자들 때문에 일어난 일을 폭탄 돌리기 하듯이 넘겨 준 문제들이었다. 윤보환 때의 7명 해임 처분과 21번의 인사 공고의 후유증도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머리가 깨어질 지경이었을 것이다.

변방에서 목회해 온 이철 감독회장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입장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도 고민이지만 누구를 기용할 것인지도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이 할 일을 챙겨 주려고 하였지만 선거공신은 인사 청탁에 혈안이 되었다. 본부직원들은 손으로 주산 알을 튕기고 있었다. 막연한 지시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책 사업 과제가 주어지지 않으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감독회장이 누굴 2인자를 임명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인자인 행정기획실장이 임명되었다. 신경하-고수철-강흥복-백현기-김기택-전용재-전명구-윤보환 체제를 섭렵한 인물이었다. 특히 공금사용수익을 공모하고, 규칙오용, 재산손실에 연루된 인물이었다. 위법한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해 줌으로 500억원대의 재산손실, 종교부지 포기, 96억원 리베이트 수수, 잔금납부기일 연기로 인한 계약금 45억원 몰수 포기의 결과가 야기되었다. 이로 인하여 교회재판과 사회법정에서 민•형사상의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총회특별재판의 심리대상이다. 총회특별재판 에서 정치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었다하더라도 위법한 행위로 인한 재산손실과 교인들에게 상처를 입힌 책임이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 이전의 2인자처럼 갑질, 돈질, 폭행, 폭언, 기만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교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철 감독회장이 이런 2인자를 임명한 것은 0점짜리 용인술이다. 공익보다는 사적 편익을 위해 선택하였다. 참으로 구차한 발상이다. 책임질 대상자를 책임질 자리에 다시 임명한 셈이다. 이전의 감독회장과 같이 실패한 2인자 용인술 때문에 실패를 자초하게 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