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하면 청종하고 준행할 때 동행하신다!” 학개1장

1. 스바냐에서 학개까지

① (1절) “다리오왕 이년 유월 곧 그 달 초 하루에 여호와의 말씀이 선지자 학개로 말미암아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에게 임하니라 가라사대”

▶ 학개가 전하는 본래적인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바냐에서 학개까지’ 이어진 역사적인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전이해가 요구된다. 스바냐의 시대는 ‘요시아 왕’의 시대 다. 곧 그의 왕자들 ‘여호아하스, 여호야김, 여호야긴, 시드기야’로 이어진 남 유다의 멸망 직전이다. 결국 남 유다는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에게 멸망했고 솔로몬의 성전은 파괴되었다. 스바냐의 예언은 한마디로 ‘왜 망했나!’ 이스라엘의 멸망에 관한 예언이라면, 학개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나!’ 무너진 나라와 성전의 회복에 관한 예언이다.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신바벨론제국은 오래 가지 못하고 메대-바사(Media-Persia)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바벨론의 포로가 되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약 70년 만에 바사 왕 고레스에 의해 본국으로 귀환했다. 고레스왕의 칙령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이들(에스라1:1~2)은 성전지대를 놓았다. 하지만 거주민들과의 배신과 정치적인 방해공작(에스라4:1~7)으로 인해 지연되고 중단되었다. 학개의 예언은 그로부터 16년 후, ‘다리오 왕 이년 유월 곧 그 달 초 하루’에 임하신 말씀이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학개를 통해 중단된 성전의 재건을 다시 시작할 것을 명하셨다.

② (2절)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여 이르노라 이 백성이 말하기를 여호와의 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 하느니라”

▶ ‘여호와의 전’은 종교적인 건축물을 넘어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거룩한 처소를 의미한다. ‘하나님의 자리’ 곧 하나님의 통치권을 구별한 ‘성소(Sanctuary)’다. ‘성소(Sanctuary)’는 공간적인 영역을 넘어 피난처와 안식처를 뜻한다. 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인 주택(House)이 아니라 삶의 기반인 가정(Home)을 의미하듯 성전은 삶의 근원되신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본집이다. 성소는 장소나 공간을 넘어 하나님을 삶의 주관자로 경외하는 신앙의 척도다. 성소의 역할은 에스겔이 전한 새 예루살렘성전에 관한 환상에서 잘 드러난다. 성소에서 물이 흘러 나와서 만물을 소생시키는 구원의 비전이며 모든 삶(생명,Life)의 원천이다. 성소는 하나님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장소다. 그런 의미에서 학개에게 명하신 성전의 건축은 단순히 무너진 건축물의 재건을 넘어 멸망한 이스라엘에 대한 구원과 회복을 위한 언약의 성취다. 그러나 ‘이 백성이 말하기를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 때와 기한은 하나님이 정하시는데 백성들이 스스로 ‘시기상조’라고 단정했다. 나중으로 미루고 지연했던 이유는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에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만 중요하게 여기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생명의 말씀을 부차적으로 여긴 까닭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본국으로 송환된 본래적인 목적과 사명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말씀과 기도를 제쳐두고 공궤를 일삼았던 초대교회처럼 세상일에 빠져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뒷전에 둔 것이다.

③ (3절) “여호와의 말씀이 선지자 학개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이 전이 황무하였거늘 너희가 이 때에 판벽한 집에 거하는 것이 가하냐”

▶ 에스라1장, 4장에 따르면 성전 건축이 중단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사회적인 문제(거주민들의 방해), 정치적인 문제(바사제국에 보낸 거짓조서), 경제적인 문제(재난과 기근으로 인한 궁핍) 한마디로 정치, 경제, 사회적인 여건으로 인한 총체적 난관이었다. 이로 인해 감동적인 정초식(기공식) 이후 성전건축이 중단된 지 16년의 세월이 지나고 말았다. 하지만 학개는 성전 건축이 중단 된 진짜 이유는 외부적인 여건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본문의 ‘너희’는 포로에서 약속의 땅으로 돌아 온 백성, 하나님의 구원을 체험한 남은 자, 무너진 성전과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사명과 언약을 맡은 이들을 가리킨다. ‘황무한 전’ VS ‘판벽한 집’, 하나님이 거하실 성소는 폐허가 되었는데 자신이 거할 집을 짓는데 바빠서 하나님의 언약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눅12:21)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마6:34)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삶의 우선순위(Seek ye First)에 대한 책망이다.

▶ ‘학개’라는 이름의 뜻은 히브리어로 ‘하기야’ 여호와의 축제다. 하나님나라의 잔치, 곧 천국 잔치(눅14:16~24)를 의미한다. 하나님이 베푸신 잔치에 초대 받고 귀한 사명을 맡았지만 감당하지 못해서 잔치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자들에게 주시는 말씀이다. (마22:14)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놓쳐서 축복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학개는 하나님의 잔치에 초대 받은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에게 기회를 잃지 말고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즉시, 기쁘게, 온전히’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지혜를 촉구하고 있다.

2. 성찰과 자성

① (7절~8절) “나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니 너희는 자기의 소위를 살펴 볼찌니라 너희는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전을 건축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로 인하여 기뻐하고 또 영광을 얻으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였느니라”

▶ (메시지성경) ‘너희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아라.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촉구하신다. 성찰은 진솔한 반성과 자발적인 각성이다. (계2:4~5)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루실 것을 경고하신다. 이미 솔로몬성전 파괴로 인해서 뼈저리게 체험한 사실이다. 다시 만회할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축복의 기회인 구원의 잔치를 다시 열고 초대하신다.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과 수고가 요구된다. 진정한 회개는 입술의 말이 아니라 손과 발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일이다.

② (9절) “너희가 많은 것을 바랐으나 도리어 적었고 너희가 그것을 집으로 가져갔으나 내가 불어 버렸느니라 나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것이 무슨 연고뇨 내 집은 황무하였으되 너희는 각각 자기 집에 빨랐음이니라”

▶ 약속의 땅으로 돌아와서 재기를 바라던 부푼 꿈은 재난과 기근으로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내 집은 황무하였으되 너희는 각각 자기 집에 빨랐음이라’ 삶의 우선순위 문제였다.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해지는데 범사가 잘되고 강건해지는 데만 몰두해서 영혼에는 무관심했다. 마음에서 삶이 나오고 하나님께로부터 축복이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요구하시는 삶은 물질적이면서 동시에 영적인 존재로서의 균형 잡힌 삶이다.(흙과 생기,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 무엇보다 삶의 번영과 축복은 복의 근원되신 하나님에게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신28:2~6)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미치리니 성읍에서도 복을 받고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와 우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네 광주리와 떡 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네가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축복의 조건은 단 하나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면 복이 온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은 ‘하나님을 위한’ 강제적인 의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의 원칙이다.

③ (10절~11절) “그러므로 너희로 인하여 하늘은 이슬을 그쳤고 땅은 산무을 그쳤으며 내가 한재를 불러 이 땅에, 산에, 곡물에, 새 포도주에, 기름에, 땅의 모든 소산에, 사람에게, 육축에게, 손으로 수고하는 모든 모든 일에 임하게 하였느니라”

▶ (메시지성경) ‘이유가 무엇인지 묻느냐? 기억하여라. 이는 만군의 하나님의 메시지다. 내 집이 무너졌는데도, 너희는 너희 집 돌보는 일로만 바빴다. 그것이 이유다. 너희의 인색함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여름 가뭄을 보내어 너희가 보잘것없는 수확을 얻게 했다. 구두쇠 같은 너희 인색함 때문에 내가 밭과 언덕을 마르게 했고, 정원과 과수원을 죽였으며, 식물과 과실을 시들게 했다. 이 땅에서는 그 무엇도-사람도, 동물도, 곡식도-번창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복의 근원이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복만 주시는 분이 아니고 저주도 내리시는 분이다. (신28:45)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고 네게 명하신 그 명령과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므로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고 너를 따르고 미쳐서 필경 너를 멸하리니 이 모든 저주가 너와 너 자손에게 영원히 있어서 표적과 감계가 되리라’ 하나님이 주시는 상급도 있지만 하나님이 내리시는 징계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모든 사건이 ‘약속의 땅’에서 벌어진 일이고 불신자가 아니라 ‘남은 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며 한번이 아니라 누누이 반복해서 강조하셨다는 사실이다.

3. 경외와 청종, 준행과 동행

① (12절) “스알디엘의 아들 스룹바벨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와 남은바 모든 백성이 그 하나님 여호와의 목소리와 선지자 학개의 말을 청종하였으니 이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를 보내셨음을 인함이라 백성이 다 여호와를 경외하매”

▶ (메시지성경) ‘그러자 스알디엘의 아들 스룹바벨 총독과 여호사닥의 아들 여호수아 대제사장과 모든 백성이, 그들의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로 귀 기울여 들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예언자 학개를 보내시자, 그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임으로써 하나님을 높였다’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학개의 말에 청종했다. 하나님을 멸시하면 거역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면 청종한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는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에 대한 반응과 태도로 드러난다. (눅10:16) ‘너희 말을 듣는 자는 곧 내 말을 듣는 것이요 너희를 저버리는 자는 곧 나를 저버리는 것이요 나를 저버리는 자는 곧 나 보내신 이를 저버리는 것이라 하시니라’

② (13절) “때에 여호와의 사자 학개가 여호와의 명을 의지하여 백성에게 고하여 가로되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희와 함께하노라 하셨느니라 하니라”

▶ (메시지성경) ‘하나님의 특사 학개는 백성에게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너희와 함께한다!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면 청종하고 말씀대로 순종할 때 함께 하신다. 경외는 청종이고 준행은 동행이다. (수3:13) ‘온 땅의 주 여호와의 궤를 맨 제사장들의 발바닥이 요단 물을 밟고 멈추면 요단 물 곧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물이 끊어지고 쌓여 서리라’ 말씀대로 준행할 때 하나님께서 권능으로 역사하신다. 물이 멈추면 건너는 게 아니라 강이 범람할 때 말씀대로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말씀대로 준행할 때 동행(역사)하신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이 신앙생활의 최고 경지이자 가장 좋은 것이다. (The best of all is God is with us – John Wesley)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두려울 게 없고 못할 일이 없다.

③ (14절~15절) “여호와께서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의 마음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의 마음과 남은바 모든 백성의 마음을 흥분시키시매 그들이 와서 만군의 여호와 그들의 하나님의 전 역사를 하였으니 때는 다리오왕 이년 유월 이십 사일이었더라”

▶ (메시지성경) ‘이렇게 하여 하나님께서 스룹바벨, 여호수아, 그리고 모든 백성을 움직이셔서, 그들이 만군의 하나님의 성전 일에 착수하게 하셨다. 이 일은 다리오 왕 이년 여섯째 달 이십사일에 일어났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셔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게 하신다. 왜 하나님께서는 직접 하지 않으시고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게 하실까? 세상만물을 무에서 창조하신 분께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잘나고 유능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경외하고 청종해서 준행하고 동행해서’ 마침내 우리를 축복하시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잔치에 참예해서 기쁨을 누릴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다. 스바냐는 이스라엘이 멸망한 이유를 밝히 전한다. 경외와 청종, 준행과 동행하지 않아서 망했다. 학개는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내용은 동일하다. 경외하면 청종하고 준행할 때 동행하시고 마침내 구원하신다. 아주 심플한 메시지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서 일하신다. ‘왜 나를 부르시고 왜 나에게 사명을 맡기셨나?’ 그것은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체험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누리게 하시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