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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감기는 감칠맛과 쫀득한 식감의 국민간식 쥐포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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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3월 09일 (화) 23:43:22 [조회수 : 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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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퇴근할 때 가끔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나 편의점 앞인데 뭐 사다줄 것 있어?”하고 물으면 아내는 자주 쥐포를 사오라고 한다. 아내는 쥐포를 비롯한 건어물을 참 좋아한다. 아내덕분에 나도 쥐포를 종종 먹게 된다. 

우리나라 쥐포의 고장은 경남 사천시의 삼천포이다. 쥐포 문화는 일본식 생선 말리기 문화를 기원으로 한다. 쥐포가 탄생하기까지의 여러 과정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의 쥐포는 삼천포를 기원으로 한다. 쥐포의 시작은 1960년대 삼천포의 수산물 검사소 출신의 강봉희씨가 일본에서 쥐포를 보고 와서 처음 가공을 했다, 당시 쥐포는 삶아서 롤러로 민 다음 말린 쥐포였다. 지금과 같은 조미 건조포 형태의 쥐포는 삼천포의 이학조씨와 정재수씨가 일본의 어포기술을 적용해 쥐포를 만들었다.

쥐포는 쥐치로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쥐치포가 바른말이다. 식용이 가능한 쥐치는 두 가지 종류로 말쥐치와 쥐치이다. 서로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쥐치는 넓적한 몸매에 노란빛을, 말쥐치는 길쭉한 타원형 몸매에 청록색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맛은 쥐치가 더 있다. 일본인은 쥐치를 주로 먹고, 한국인은 말쥐치로 만든 쥐포를 더 많이 먹는다. 우리는 완전하게 말린 딱딱한 쥐포를 주로 먹지만 일본은 쥐치의 꼬리를 그대로 살리고 반건조한 쥐포를 주로 먹는다.

서유구가 1820경에 쓴 어류 박물지 <전어지>에 쥐치는 ‘서어’(鼠魚)로 나온다. 쥐치는 돌출된 주둥이에 넓적하고 끝이 뾰족한 이빨의 생김새와 찍찍거리는 소리가 쥐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서인 <우해이어보>에서도 “입이 작아 잘 삼키지 못하고 갉아먹는 것이 쥐와 같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쥐치는 불길한 생선이라 해서 먹지 않았고, 1960년대 쥐포가 개발되기 전까지 어부들은 쥐치를 잡으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버렸다. 그 시절에는 개도 안 물어갔다던 쥐치가 이제는 귀해서 금치가 돼버렸다. 

1960년대 초반 남해안에서 쥐치가 대량으로 잡히면서 넘쳐나던 쥐치를 감당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 쥐포를 만드는 것이었다. 1960년대부터 남해안 일대에서 유행하던 쥐포는 오징어포와 대구포가 없어질 무렵 그 대체제로 떠오르면서 큰 인기를 얻는다. 1970년대 중반 쥐치가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하자 쥐포는 전 국민의 간식으로 자리 잡는 한편, 일본으로도 수출이 된다. 

1990년까지 20만톤이 넘게 잡혀서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삼천포 경제의 70%를 담당하던 쥐치는 언제부터인가 거짓말처럼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결과 삼천포와 여수의 쥐치공장은 폐업이 속출했다. 아이, 어른 다 같이 즐기던 국민 간식 겸 안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업자들은 재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결국 중국을 거쳐 베트남이 국내 쥐포 시장의 90%를 차지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쥐포는 어린 쥐치를 사용한다. 그래서 쥐포 하나에 스무 마리 이상의 쥐치가 들어간다. 살집이 얇아지고 깊은 맛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평평하고 하얀 쥐포는 빠르게 우리 한국인들의 입맛을 장악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쥐치가 다시 한반도 바다로 돌아왔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삼천포의 쥐포공장 중 살아남은 공장에서 국내산 쥐치로 쥐포를 만들고 있다. 쥐치의 양식이 성공하여 현재 국내산 쥐치의 대부분은 양식장에서 공급된다. 국내산 쥐포는 크고 살집이 두껍고 붉은색이 돈다. 한 마리 혹은 두서너 마리로 만든 쥐포는 약간 달달하고 감칠맛이 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간식으로 삼천포 쥐포를 선호하지 않는다. 얇고 먹기 편하고 더 단맛이 나는 베트남산 쥐포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이다. 쥐포를 만드는 공장마다 설탕과 소금과 조미료의 배합비율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쥐포에는 보통 7퍼센트 정도로 다량의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을 조금 덜 넣고 만든 ‘쥐치알포’라는 것도 있다. 

가스렌지로 쥐포를 구울 때 보통 바깥부분은 타고 가운데 부분은 잘 안 구워지는데 전체를 바삭하게 구울 수 있는 방법은 토스트기에 넣고 굽는 것이다. 토스트기로 구우면 원하는 바삭함의 정도에 따라 굽는 시간을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한쪽 면에 마요네즈를 발라서 구우면 마요네즈의 고소한 맛은 물론이고 쥐포튀김처럼 바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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