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길 생명의 길

조병천/기독교인(고려대/감신대/한신대에서 문학과 신학을 공부)

눅 4:18~21절에 따르면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눌린 자에게 자유를 그리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따라야 하는 삶은 바로 예수께서 이 땅에서 보이셨던 삶의 모범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복음은 바로 자유, 해방 그리고 은혜입니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보이셨던 여러 이적들에 대해서 그리고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했던 말씀의 중핵에 대해서 다양한 언어로 설명을 합니다. 그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고 그 이웃사랑에 대한 말씀은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비유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를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바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자가 바로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사랑이 없는 제사장과 레위인을 꾸짖으시지요. 저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왜 예수께서는 당대의 종교지도자의 아이콘인 이 두 집단을 격하게 비판을 하실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율법학자와 레위인 모두는 강도를 맞아 곤경에 빠진 고난 받는 자의 처지를 무시하고 사라집니다. 이는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종교인들을 예수께서 준엄하게 비판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가르쳤지만 그 말씀의 중핵을 실천하지는 못했지요. 누가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길은 바로 고난에 처한 이웃에 대한 사랑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즉 공감입니다. 그렇기에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곧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웃은 아마도 현대적인 의미로는 ‘벗’으로 볼 수 있겠지요.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벗이 된다는 것은 바로 종교적인 형식이나 율법을 강제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이웃을 바로 율법학자도, 레위인도 그리고 바리새인도 아니도 바로 사마리아인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인이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종교적인 도그마가 아니라 상처받는 이웃에 대한 공감과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즉 어떤 종교적인 도그마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 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요즘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기독교가 이러한 사랑의 종교가 아닌 증오와 차별의 종교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함에도 세상에 민폐를 끼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기독교인도 이 사회적 의미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말씀과 연관해서 생각을 한다면 기독교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종교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증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하는 종교가 되고 있으니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나오는 오직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제사장과 레위인 그리고 외식하는 바리새인과 다를 것이 없겠지요. 어떤 종교적인 도그마도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 말씀을 극명히 드러내는 이적은 성경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예수께서 어느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보시고 앞으로 나오라고 하십니다. 당연히 율법학자나 바리새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을 범하는지를 보려고 예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성서에는 이들이 ‘예수를 지켜보고 있었다.’(마 3: 2b)라고 적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보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자를 보면서 성서에서 소위 종교 지도자라는 인간들이 보이는 태도가 정말 이상했습니다. 고통 받는 자를 보는 이 종교지도자라는 인간들에게는 공감 즉 선한사마리아인이 보여준 그 고통 받는 자에 대하 측은해하는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요즘말로 사패(사이코패스)정도 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당연히 예수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굳어지고 완고해진’(표준 새 번역)것을 슬퍼하십니다. 예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것을 치유하시고 ‘안식일에도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말씀을 하시지요.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마가복음의 안식일에 손 오그라든 자를 고치시는 이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의 중핵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따라야하는 길도 바로 이 생명의 길입니다. 그런데 위의 비유와 이적을 보면 이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이 있지요. 바로 종교적인 도그마 혹은 율법이라는 잘못된 종교적인 전통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이 생명을 구원하는 것은 바로 측은해하는 마음 혹은 공감이라고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지요.

최근 한국사회 특히 한국교회에서 가장 커다란 화두가 되는 것은 바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의 논란입니다. 그 중에 특히 ‘성적지향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 중에서 소위 종교지도자라는 분들이 이 법안에 반대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요.

예수께서 공생애의 삶을 통해서 보이신 여러 가지 기적 그리고 비유의 말씀을 통해 생각을 해본다면 예수께서는 분명히 고통 받는 자들의 입장에 서셨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의 전제는 적어도 이 법안을 반대하는 종교인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종교적인 도그마나 율법적인 판단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 모범으로 당대의 종교적인 선민이었던 유대인들 중에서도 소위 종교지도자라고 볼 수 있는 율법학자나 레위인들 들지 않으셨고 심지어 평범한 유대인이 아닌 인간이하의 존재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던 사마리아인을 그 영원한 생명을 얻을 모범으로 말씀하십니다. 이는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유대교적인 율법이나 도그마로 제단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생명을 살린다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사회학적인 의미에서의 인간의 생명을 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사회학적인 생명은 즉 사회적인 상징질서 속에서 맺는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의 자유로운 가능성을 의미하고 이러한 관계의 가능성을 억압하고 특정한 종교적인 도그마로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이는 어떠한 종교적 윤리로도 인간의 상징질서를 독점하여 해석할 수 있는 권리는 없기 때문이니다.

최근 한 목회자가 성소수자들의 축제에서 이들을 축복한 것이 특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목회자도 인간의 성적 취향자체를 축복하지는 않겠지요. 이 종교적인 축복의 행위는 곧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적인 약자’로서의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공감을 의미합니다. 이는 고난 받는 자들과 함께 하셨던 예수의 삶에 대한 실천입니다. 즉 성적인 취향의 문제는 종교적으로는 논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성적 취향이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지요.

성소수자들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그리고 언어적인 폭력은 증오와 차별입니다. 예수를 믿는 다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증오와 차별로 인간의 생명을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공감을 통한 사랑으로 생명을 살린 것인가. 성서의 답은 하나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본질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 조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