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봄이 오는 소리봄은 혼자 오지 않고 여럿이서 함께 온다
김홍섭  |  ihomer@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1년 02월 26일 (금) 21:36:47
최종편집 : 2021년 02월 27일 (토) 18:36:02 [조회수 : 3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추운 겨울과 눈보라를 겪은 사람들에게 봄은 오랜 기다림의 대상이다. 겨울의 동면과 추위와 침묵의 시간이 사유와 깊이와 준비의 시간임에도 우리는 봄의 따스함을 더 좋아한다. 성장과 비상을 위해 긴 겨울의 침잠과 고독과 때론 어둠의 시간이 필수적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봄 소살거림과 남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미풍을 그리워한다. 저 산과 들의 꽃 잔치를 환호한다. 겨울이 춥고 깊을수록 그 인동의 시간이 길수록 우리는 더 봄의 찬연한 햇살과 꽃들의 춤판과 새들의 노래에 더불어 춤을 춘다.

봄을 노래한 선인들의 글과 노래는 많다. 학창시절에 배운 정극인의 ‘상춘곡’은 깊이와 품격을 지닌 봄노래다.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녯 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까.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그러나 이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긴 기다림과 온갖 외로움과 고난을 거쳐서 온다. 겨울을 참고 견디어 오기에 인동초(忍冬草)라고도 한다.

시인 이성부는 시 ‘봄’ 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너는 온다//...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껴안아 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라고 토로한다.

‘너’로 의인화되어 있는 봄은 단순한 계절로서의 의미를 넘어서서 화자가 부여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화자에게 있어 기다림의 대상으로, 현재는 부재 상태에 있지만 언젠가는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봄’은 민주와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동엽은 시 ‘봄은’에서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노래하며 통일이 외세의 개입이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해결할 과제로 이해한다.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 움트리라....“

이해인 수녀는 시 '봄의 연가'에서 “겨울에도 봄/여름에도 봄/가을에도 봄//어디에나 봄이 있네//...“라 읊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간간히 내리는 눈발과 마지막 찬바람에도 봄은 오고 있다. 봄은 우리의 희망이다. 봄이 의미하는 것이 윤동주에겐 ‘해방과 독립’이었다면, 김주열이나 김남주에겐 ‘민주주의’였을 것이고 문익환과 신동엽에게 봄은 ‘통일’이었을 것이다.

봄은 우리에게 각자 지향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지탱하게 해주는 오롯한 가치며 지향점이며 북극성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온 세상이 걱정과 불안에 쌓여있다. 때론 그것이 이웃과 타자에 대한 불신과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위기일수록 신중한 말과 행동, 나와 남을 동시에 배려하는 언행이 요청된다. 집단적 사고와 패거리 행동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 22:37-40)

공동체란 함께 공존하고 더불어 살고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함께 목숨을 유지하고 번영해 나가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파당적인 생각과 그것에 기초한 집단행동과 정책입안과 시행은 공동체를 망하게 한다.

봄은 혼자 오지 않고 여럿이서 함께 온다. 많은 꽃들, 새들, 아지랑이들, 새싹들과 같이 온다. 봄은 눈부시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정갈하다. 도처에 꽃을 피운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그리고 산수유, 벚꽃들의 흐드러짐이 우리를 감싼다. 종달새와 온갖 새들의 노래가 하늘에 그득해진다. 자 가슴을 펴자. 긴 심호흡을 하고 옆의 가족과 이웃의 손을 잡아 보자. 껴안아도 좋을 것이다. 쪼그라진 우리들의 정신과 신앙과 용기들을 펼쳐서 나와 이웃을 사랑할 때가 아닌가. 이 찬란한 봄은....

/ 김홍섭 인천대 명예교수(마포중앙회 장로)

 

   
▲ 벚꽃과 비둘기
김홍섭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0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1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김경환 (211.54.116.232)
2021-03-01 23:06:23
봄은 左右翼을 가리지 않는다!
윤동주에겐 ‘해방과 독립’이었다면, 김주열이나 김남주에겐 ‘민주주의’였을 것이고 문익환과 신동엽에게 봄은 ‘통일’이었을 것이다.

김준엽에겐 ‘일본군 탈영과 광복군 활동’이었다면, 박정희나 이병철에겐 ‘보릿고개 타파’였을 것이고 이승만과 백선엽에게 봄은 ‘북진통일’이었을 것이다.
리플달기
0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