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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인을 위하여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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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2월 21일 (일) 23:36:45 [조회수 : 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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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공평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입장에서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18세기 중엽 이탈리아 궁정 작곡가인 살리에리는 동정심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능력과 성실로 궁정악장까지 지내게 되지만 천재 소년 모차르트를 만나고부터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고 강렬한 질투에 시달린다. 위대한 작곡가가 되어 영원히 신을 찬양하고 불후의 작곡가로서 사랑받기를 원했던 살리에리의 기도는 실현되기 어려운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살리에리의 야망이 단순한 야망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내 모습도 그 범주에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 작곡에 깊이 연루되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살리에리는 신을 향해 절규한다. “신이시여! 나에게는 어찌하여 재능을 주시지 않으시나이까?”

오랫동안 한 친구를 미워한 사람이 있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우며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유독 그 한 친구에게만은 인색해서 마음도 물질도 내어주기를 꺼렸다. 물론 그 친구가 남의 것을 가져다가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얄미움도 있었지만 정도에 비해서는 미움이 컸다. 어느 날, 그 친구를 꿈에서 보게 되고 무의식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서야 친구에 대한 미움의 실체가 시기심 덩어리였음을 알게 된다. 친구가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 부모의 권력을 이용해 누리는 혜택,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 등, 모든 것이 시기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꿈분석을 통해 알게 된다. 

인간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서로 간에 상처를 입히는 파괴적 역동의 뿌리에 시기심이 내재되어 있다. 시기심에 대한 정신분석적 고찰의 근원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여아의 남근 선망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이를 부각시킨 사람은 멜라니 클라인이다. 클라인에 따르면, 시기심은 내가 갖지 못한 능력과 선함을 가진 타자가 나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절대적 위치에 있을 때, 그 타자로부터의 돌봄은 강력한 파괴적 충동과 시기심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시기심은 단지 그 대상을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모든 선함과 역량, 더 나아가 그 대상 자체를 파괴해버린다. 또한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올곧은 생각과 판단능력을 잃게 한다.

우리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샘하는 사악한 왕비를, 오셀로를 해치려고 모반을 꾸미는 이아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기심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삶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 젊음, 아름다움, 권력, 재능, 지식, 행운 등.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는 용어들까지도 모두 시기심에서 나오는 언어들이다. 나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는 누군가가 시기의 대상이 되면 시기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가 잘나가는 것이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을 제대로 읽는 균형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시기심에는 악의가 숨어 있어서 시샘을 당하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억울하고 황당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러나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는 시기를 하는 사람에게 부메랑처럼 돌아가 성격을 거칠게 만든다. 결국 그 사람 옆으로는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는다.

아담과 하와의 아들 가인은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어두운 원시적 인간이다. 우리의 질투심, 분노, 살인 충동, 그에 따른 두려움과 공포가 가인이라는 인물에 복합적으로 투사되어 있다. 성실하게 일한 자신의 성과를 권위적 존재에게 바치거나 돌리는 태도를 인간의 성숙한 측면이라고 한다면, 그 권위적 존재를 속이려는 가인의 측면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 인간 존재의 어둡고 사악한 면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장면이 성경의 많은 부분에 걸쳐 나타나는 것은 바로 우리가 그런 모순과 추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 보라는 것이지 않겠는가. 

이번 사순절에는 한층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려 한다. 불타는 시기심으로 스스로를 악하고 추한 사람으로 만들거나 타인을 파괴하는 거친 욕망의 사람이 아닌, 어두운 본능에 대해 알아차리고 성숙한 지점으로 나아가는 반추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창조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공존과 발전을 꾀하는 균형적 삶을 소망한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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