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만들어진 위험

<신, 만들어진 위험 Outgrowing God: A Beginner's Guide>, 리처드 도킨스, 김명주역, 김영사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전에도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특히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교회의 반사회적, 반이성적, 반역사적인 모습들이 연일 드러나면서, 과연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기독교인들이 믿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기독교의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정말 믿을만한 신인지에 대한 물음이 쏟아지고 있다. 

때를 따라 최근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라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리처드 도킨스는 1941년 케냐 나이로비 출생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5살 때 기독교 신앙을 포기했다. 그가 포기한 이유는 이랬다. 만약 자신이 바이킹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면 어려서부터 오딘과 토르(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를 굳게 믿었을 것 아닌가?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났다면 제우스와 아프로디테를 숭배했을 것 아닌가? 유대인 부모 밑에 태어났다면 여전히 구세주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을 것 아닌가?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성서 대신 코란을 외우고 있을 거 아닌가? 

이렇게 자기가 믿는 신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와 태어난 상황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여기서 자기의 신만이 절대 옳다고 하는 신앙은 모순되고, 옳은 것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킨스 이렇게 무신론자의 길을 걸었고, 2006년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출간하자마자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수많은 폐단을 남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에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성서들 사이의 모순된 내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서의 많은 인물들은 실존 인물인가? 성서의 많이 이야기들은 신화인가? 역사적 사실인가? 역사적 사실이라면 어떤 근거가 있는가? 성서에 나오는 많은 기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어떤 기적은 믿고 어떤 기적은 믿지 않는가? 성서의 하나님은 정말로 선하신 분인가? 하나님을 통해서만 우리는 선하게 살 수 있는가? 등등의 질문을 통해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은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하나님이고, 우리 시대에 믿을만한 신이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의 시대는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과 그의 섭리 대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에서 미래를 향한 인류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기독교 전통적 교리에 대한 질문과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대한 요구는 코로나19 이후의 교회의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정말 의미심장한 말일 수도 있다. 리처드 도킨스은 물론 무신론자이고 진화론자라고 하지만, 오히려 교회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음으로, 오늘 우리 사회와 역사가 교회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고 있는지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고, 그럼으로써 교회의 내일의 길을 솔찍하게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신이여, 안녕히’라는 제목으로 성서 속 이야기들의 오류와 불합리성, 반사회적, 반역사적 성격에 대해서 말한다. 2부는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성서나 성서가 말하는 신이 아니라, 과학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용기를 얻자고 한다. 

조금 더 이 책으로 들어가, 리처드 도킨스이 지적하는 성서의 시대착오적 오류에 대해서 예를 들어보자.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이 낙타를 소유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낙타는 아브라함이 죽은 뒤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뒤에야 가축화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성서의 기사는 고대 로마에 관한 시대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손목시계를 풀어놓는 걸 깜박한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과 오류 속에서 어떻게 아브라함을 믿을 수 있으며, 아브라함을 통해서 역사하신다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도 그렇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이 순종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서 독자 이삭을 바치라고 했다면, 그런 시험 자체가 모순인 것이, 성서는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하는데,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그런 전지한 하나님이시라면, 결국 아브라함은 시험에서 이길 것을 미리 알고 계셨던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뻔한 결론을 알고 계시면서도 굳이 자기 아들을 결박하여 칼로 죽이려는 순간까지 아브라함을 끌고 갔다는 것,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를 불태울 나무를 지고 가는 아들 이삭, 그리고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 사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은 얼마나 잔인하고 인간의 애타는 심정과 그 고난을 다 아시면서 즐기시는 하나님이셨던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진심으로 섬길 수 있을까? 

저자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도 이런 오류를 지적한다. 각각의 어떤 동물 종류는 지금까지의 고고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어떤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캥거루는 현재 호주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동물의 한 쌍이 방주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면, 그중에 캥거루 한 쌍은 노아의 방주에서 나와 그 수많은 세월을 도중에 자손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산 건너 바다 건너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껑충껑충 뛰어갔을까?

도킨슨은 노아의 홍수는 하나의 신화라고 말하면서, “신화는 아름답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이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면들이 우리가 성서를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그 성서 속의 하나님을 믿을 수 없는 하나님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애굽의 10가지 재앙은 어떤가? 하나님은 히브리인들을 애굽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애굽의 죄없는 수많은 어린아이들, 그들은 야훼 하나님이 누군지, 나일 강의 이시스 여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냥 죽여야만 하셨는가? 이것이 성서가 말하는 신의 사랑과 구원인가? 이것은 감동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재미있는 일도 아니고, 인류 역사에 있어서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이래서 비이성적, 비합리적, 반사회적, 반역사적인 신을 떠나게 되었고, 대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솔직한 과학에서 인류의 미래를 찾자고 말한다.

오늘 예수의 길, 십자가의 길,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질문에 무어라고 솔직히 답할 수 있을까? 오늘 21세기, 코로나19 이후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아니면 무신론자들이 항상 말하는 믿음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해할 수 없어도, 의심하지 말고 무조건 절대적으로 믿는 것이 좋은 신앙이고, 좋은 믿음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까?

이 책은, 오늘 2021년 코로나19 이후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이 사회가 던지는 질문이다.

홍기석 목사(로마연합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