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책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강옥지  |  에덴교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1년 02월 13일 (토) 21:25:24
최종편집 : 2021년 02월 13일 (토) 21:28:29 [조회수 : 22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 시에서 길어 올린 풍경>, 한희철 지음

이 책의 서문에 “누군가의 시를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에 소감을 보태는 것은 영락없이 뱀의 다리를 그려 넣는 격이지만 그래도 시와 우리의 일상 사이에 서툰 징검다리를 놓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좀 독특하다. 

시(詩)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압축된 시들을 풀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산문으로 바꿔 읽게 하고는 문득 ‘다음에는 시집이나 한권 사 볼까나’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압축되고 정제된 몇 줄의 시에서 저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37편의 시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얼굴에 따스하고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중 한 풍경을 보자면, ‘가서 한 삼년/ 머슴이나 살아주고 싶은 사람들 백무산, <가방 하나>’ 중에서.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간호학교를 갓 나온 20대의 두 수녀가 아시아의 작은 나라 코리아, 그곳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섬 소록도에서 평생을 보내고 일흔의 나이에 “환송하는 일로 성가시게 할까봐/ 우유 사러 가듯 떠나 고향에...” 돌아간 두 사람의 한평생을 한 편의 시로 쓴 <가방 하나>. 

저자는 ‘머슴이나 살아 주고 싶은’이라는 제목을 달아 친절하게 이 시를 다시 산문으로 풀어서 웬만하면 쉽게 감동하지 않는 버석버석 메마른 감성에 감동의 징검다리를 놓아 준다.

모두가 꺼리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상처를 치료해 주었노라고, 봉사자 자격을 잃을까봐 받은 최소한의 식비와 본국에서 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의 우유와 간식비로, 치료를 받고 떠나는 사람들의 여비로 주었노라고... 

한결같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일흔의 나이, 더 늙으면 짐이 될까봐 부담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며 새벽같이 올 때 가져온 낡은 <가방 하나>만 들고 도망치듯 섬을 떠난 두 사람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대해서, 그들의 한평생 헌신이 너무나 고마워서 “가서 한 삼년 머슴이나 살아 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에 대해 더 자상하게 말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그리 길게 남지 않은 사역을 마치고 목회지를 떠날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한편 한편의 시에서 길어 올린 풍경은 보석같이 아름답다.
여러 시인들의 시를 읽다가 너무나 감동이 되어서, 뼈저린 깨달음이 와서, 그 시구로 인해 기억나는 일들 때문에, 시 한 구절을 통해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인해서 밑줄을 그었던 구절들을 제목 삼아 써내려간 글들, 그 글 한편 한편을 읽는 동안 엉켜있던 마음의 결이 곱게 빗겨지는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강옥지 (에덴교회)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0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