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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엑소더스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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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2월 13일 (토) 21:23:12 [조회수 : 2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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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부터 시작한 종교이다.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내신 대표적인 사건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요 14:9). 주현절은 사람 사는 세상에 하나님이 모습을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주현절 마지막 주일은 변화주일, 또는 산상변모주일로 부른다. 

  주현절은 예수님을 배우고, 알아가는 절기이다. 마지막 주일은 특별히 변화를 강조한다.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것은 바로 내가 그만큼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일이다. 주현절에서 사순절로 전환하는 길목에서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사순절은 그냥 침묵하는 절기가 아닌 본격적인 변화를 준비하는 절기이다. 

  예수님을 따라 높은 산에 오른 세 명의 제자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었다. 세 제자는 산에서 영광스럽게 빛난 예수님과 동행한 모세와 엘리야를 목격한다(마 17:3). 시공을 초월한 환상이었다. 홀연히 소리가 들렸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마 17:5). 예수님이 세례 받을 때에 하늘로부터 난 소리이기도 하다(마 3:17). 주현절의 시작(세례주일)과 끝(변화주일)은 반지 고리처럼 같은 메시지로 물려있다.

  예수님은 두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누가복음의 기록은 더 구체적이다.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눅 9:31). 여기에서 ‘별세’(別世)는 십자가의 죽음을 가리키지만, 그리스어로는 엑소더스(Exodus), 곧 ‘그의 떠남’, ‘그의 탈출’을 뜻한다. 즉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해방과 구원을 이끄신다는 의미다. 

  십자가 사건은 새로운 출애굽이었다. 유월절 어린 양의 죽음이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의 출발점이라면, 하나님의 어린 양의 죽음은 인류 구원의 완성이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새 엑소더스를 영도하고 계시다, 백성이 자유를 향하여 새로운 탈출을 향하고 있는 뜻을 담으려고 한 것입니다”(‘말씀이 우리와 함께’, 에르네스또 까르데날). 복음은 그리스도와 함께 자유를 향한 새로운 출애굽 사건이다.

  성경에서 산은 신성하고, 신비한 곳이다. 대개 산에 머무른 사람들은 믿음이 좋다. 평소 높은 산에 사는 네팔 사람은 집집마다 알록달록한 깃발을 하늘 높이 내 거는데, 그 이유가 있다. 하루 종일 세찬 바람이 소망을 적은 깃발에 부딪쳐 그 간구의 내용을 샅샅이 훑어 하늘에 알려준다고 믿었다. 역시 높은 산에 사는 티벳 사람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을 말라.” 

  산이 좋아도 그 산에 계속 머무는 사람은 없다. 산은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는 법이다. 베드로는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마 17:4)라고 했지만, 결국 산에서 내려왔다. 영광의 산일수록 내려가야 한다. 황홀경도, 모세와 엘리야도, 하나님의 음성도 다 잊어야 한다. 이제 산에서 내려온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 새로운 엑소더스를 시작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 볼 이는 “오직 예수 외에는 아무도”(마 17:8) 없다. 

  세 제자는 고난과 십자가의 사람으로 거듭났다. 바라던 영광이 이루진 것은 훗날이다. 베드로는 성 베드로 대성당이란 영광의 집의 주인으로 불린다. 세상의 모든 주교들은 5년에 1회씩 베드로 묘를 순례한다.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는 바로 야고보의 무덤을 순례하는 일이다. 사도 요한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름이다. 

  주현절은 우리에게 신앙의 신비에 대해 눈 뜨게 한다. 주님은 이제, 산에서 내려와 나와 함께 제2의 출애굽을 떠나자고 말씀하신다. 그리하여 다시 주님과 동행하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게 한다. 현실안주의 자리를 접고 다시 길에 나서서, 체념과 상실의 땅을 갈아엎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사순절을 앞둔 주현절 마지막 즈음에 과연 어떤 엑소더스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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