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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최태관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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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2월 12일 (금) 00:28:10
최종편집 : 2021년 02월 12일 (금) 00:53:28 [조회수 : 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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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지식여행, 2013년

최근에 코로나 백신-아스트라제네카-에 관한 논란이 있습니다. 나이가 65세 이상 노년 분들에 대한 실험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지난해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도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못하신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지인과의 만남도 카톡으로 만족하시고 팔순 잔치도 마다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열심히 참여하셨습니다. 가끔은 약해지시는 어머니 모습을 뵈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젊으셨을 때는 교회 일을 도맡으셨고 자식들을 위해 쉼없이 기도하셨습니다. 지금도 자녀들을 위한 기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머니 모습을 뵈면서 나이 들어가는 저의 모습도 돌아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몸의 변화에서 느끼기 시작합니다. 시력이 이상해 안과에 가니 노안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허리나 손마디가 아파 병원을 갔더니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조금씩 건강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보게 된 짧은 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막 100세가 되었다며 일본의 한 할머니가 시집을 냈습니다. 그 할머니의 꿈은 자신의 시집이 번역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라 합니다. 이미 번역되어 내 손 안에 들어와 읽혔으니 할머니의 꿈은 어쩌면 거의 이룬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책이름이 『약해지지 마』입니다. 

저자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 한 후에 홀로 살아가기 시작했고, 그 사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시집까지 낸 100 고령 시인입니다. 이 시집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나타나는 감성적 자아를 만나고 이를 시적으로 표현하며 살아온 삶의 흔적입니다. 그 흔적이 우리가 지금껏 외면하면서 살아왔을지 모를 우리의 젊은 날의 꿈을 살펴보게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흔히 세상의 성공이야기들을 넘어 우리가 좀 더 자신 있게 살아야할 힘과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꿈을 꿀 수 있는 자유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꾸고 때로는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애써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저 생각만 가지고는 불가능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각고의 노력을 쏟아 목적지에 이르는 것은 젊은 사람들만의 특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약해지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살아갈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는 폐질환자로 산소호흡을 하면서 매일 가슴의 답답함에 몸도 마음도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산다는 것의 고귀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한 독자의 서평)”

시바타 도요 할머니도 그러했습니다. 92년 남편과 사별 후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삶을 살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시 쓰기로 전 세계에 읽히게 된 것입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것도 큰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 시인의 시세계로 들어가 보면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또는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삶의 연륜의 언어로 채색되어 씌어져 있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찾아내는 삶의 여운과 감사, 그리고 사색은 당연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인이 말하는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66)”

“지금 세상은 잘못됐다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아흔 여섯의 시인은 우리와 같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삶에 나타나는 인생의 부조리를 경험하고 부조리들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약해지려는 마음, 어쩌면 꿈이 없는 삶이라는 사실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이 지속되지 않고 멈추게 될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바로 꿈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90이 넘어가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몸이 약해지지만 꿈은 더욱 그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이지요.

나Ⅰ(p. 32)
나이 아흔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보람있습니다/
몸은 여위어/ 홀쭉해도/ 눈은 사람의 마음을 보고/ 귀는 바람의 속상임을 듣고/
입을 열면 “말씀이 좋네요. 야무지네요”/ 모두가 칭찬을 합니다/ 그 말이 기뻐/
다시 힘을 냅니다.

누구나 칭찬을 받고 싶으나 모두가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에 찌든 현대인들은 누군가를 칭찬하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칭찬은 힘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칭찬이 다시 힘을 내고 더 시를 짓고 그 시로 소통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칭찬은 아흔을 훌쩍 넘긴 할머니에게도 삶의 이유이며 삶의 기쁨입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 자신은 얼마나 칭찬을 하며 사는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칭찬을 받고 있는지 말이지요.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아주 작은 보살핌과 관심이 중요한 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인간을 움츠리게 하는 죽음조차도 삶을 이어갈 원동력으로 만듭니다. 사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음을 생각합니다. 단지 사람들은 삶은 늘 옆에 있음을 알지만 죽음도 바로 옆에 있음을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그저 그리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중매체에서 대할 때면 그것이 그리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이 하루가 그저 감사가 되는 이유이겠지요! 

100세가 되었음에도 아직 할 일이 많이 있어 죽음을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고령의 나이가 되면 자기 스스로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로 낙인찍고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답장(p. 36)
바람이 귓가에 찾아와/ “이제 슬슬 저세상으로 떠나볼까요?”/ 간지러운 숨결로 유혹합니다/
그러면 나 고개를 저으며 말해요/ “조금만 더 여기 있을게 아직 못 다한 일이 남아있거든”/
바람은 곤란한 표정으로 후르르 돌아갑니다/

삶은 순간순간이 용기가 필요한 듯싶습니다. 정직하게 살아갈 용기, 나쁨이나 옮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용기, 바름을 선택하며 하나님이 살라고 하신 그 삶을 신앙 안에서 살아나갈 용기... 우리 모두는 삶의 용기 앞으로 요청 받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축복해 주시는 그 분께서 온전히 삶과 죽음 앞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를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서 인생을 이어가는 저자에게 아침은 어쩌면 자식으로서 혹은 어머니로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아침은 올거야(p. 100)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거야/

그 아침 햇살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삶 속에 늘 그분으로부터 오는 깨달음을 가지고 이 하루도 살아가보면 좋겠습니다. 약해지지 말고...

최태관 교수(감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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