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거울을 보면 이젠 누가 봐도 중년의 사내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50세이다. 30년 전 모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도 당시 연세가 50세이셨다. “50이 지나니 이젠 뭔가 일을 벌리기가 두려워”하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 나이가 되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이제는 건강을 신경 써야 될 때임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래서 최근 중년의 건강을 위해 선택한 음식이 낫토이다.

낫토는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의 콩 발효 식품으로 만드는 방법도 비슷하다. 하지만 청국장은 바실루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균을 이용하고 낫토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 낫토(Bacillus subtilis natto)균을 이용해서 발효시킨다. 만드는 방법이 흡사하지만 다른 음식이다. 낫토는 발효가 완료된 것을 휘저은 다음 주로 밥에 얹어먹거나 그냥 먹는다. 하지만 청국장은 발효가 완료된 후 소금, 생강, 마늘로 간을 해서 빻아 뭉쳐 보관하고 주로 찌개로 먹는다. 낫토는 청국장과 다르게 발효균을 개량하여 비가열 상태에서 먹어도 지장이 없도록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낫토의 유래는 여러 가지로 전해지는데,  낫토로 유명한 이바라키현(일본 간토 북부에 위치한 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미나모토노 요시이에(源義家,1039~1106)가 오우슈 정벌에서 말의 먹이인 짚으로 익힌 대두를 보관했는데, 그 익힌 대두를 찾아냈을 때에 좋은 느낌으로 발효되고 있었고, 요시이에가 먹어보니 매우 맛있었기 때문에 하인에게 연구를 명한 것이 낫토의 시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다양한 낫토의 유래가 있다.

전통적인 낫토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콩을 삶은 다음, 삶은 콩을 꺼내어 볏짚 더미에 싸서 하루 정도 발효시켜 완성시킨다. 이 때 볏짚 속에 있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이 콩에 옮겨가게 되면서 콩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생기게 된다. 삶은 콩을 볏짚 더미에 넣고 저온(실온)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청국장보다 균이 더 잘 살아있다. 현대 일본에서는 볏짚이 아닌, 볏짚에서 추출해 배양시킨 (Bacillus subtilis natto)균으로 발효를 하기 때문에 생으로 먹어도 탈이 없고 냄새도 덜 난다.

낫토를 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휘저어 섞어서 먹는다. 계속 휘저으면 끈적끈적하게 실처럼 늘어지는 점액 같은 게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이 물질은 바실러스균이 분비하는 효소인 '나토키나아제'이다. 나토키나아제는 일본의 히로유키 스미(Hiroyuki Sumi)박사가 1987년 200여종의 식품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낫토로부터 발견하여 명명한 것이다. 미끌미끌한 실같이 늘어지는 나토키나아제는 혈관을 막는 노폐물인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용해시키는 능력이 있어 뇌졸중·심근경색·혈전증 등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된다. 

낫토를 먹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나토키나아제의 효능 때문이다. 하지만 낫토를 먹기가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 또한 나토키나아제의 끈적끈적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이다. 걸죽한 콧물을 씹는 듯한 느낌이 영 불편하다. 마치 마를 갈아서 먹을 때의 식감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일본사람들도 13.4%는 낫토를 싫어한다고 한다.

낫토는 콩으로 만들기 때문에 콩의 영양성분이 대부분 들어 있다. 콩에는 단백질, 철분, 칼슘,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콩 단백질’로 불리는 이소플라본은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우울증, 암 등을 예방한다고 알려졌다. 낫토에 풍부한 레시틴은 뇌를 활성화하고, 칼륨은 과다 섭취한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불포화지방산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항산화물질은 노화를 예방한다. 낫토는 염증을 줄여주며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자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한 낫또 1g에는 10억 마리의 발효균과 바나나의 4배, 고구마의 7배 이상의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어서 변비예방과 장건강에도 좋다. 다이어트 음식으로 아주 적합하다. 

낫토는 조미간장으로 간하여 생으로 먹는다. 가장 흔한 먹는 방법은 조미간장, 겨자와 함께 먹는 것으로, 보통 파는 제품은 대개 두 가지가 모두 있거나 조미간장만 있기도 한다. 낫토 자체의 맛은 심심하기에 일본 사람들도 그냥 먹는 경우는 드물고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먹는다. 예를 들어, 낫토에 쪽파를 썰어 넣고, 김과 함께 먹으면 파의 향이 낫토향을 많이 중화시키며, 씹는 맛도 생겨서 처음 도전하는 이들도 그럭저럭 먹을 만해진다. 보통 일본인들은 낫토와 함께 생강과 김을 부재료로 제일 많이 넣어 먹는다. 그 외에도 날계란 노른자를 넣어먹거나 김치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마요네즈나 식초, 참기름 등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김하고 같이 먹는 것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듯 하다.

몇 가지 시중 제품을 먹어보았더니 제품별로 맛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직접 여러 제품을 먹어보며 자기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인터넷에서 60g으로 포장된 낫토제품 30개를 구입하는데 약 2만원 정도 들었다.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때임을 깨닫고 알맞은 음식이 없을까? 생각해보신 분이 계신다면 몸에 좋은 발효식품 낫토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