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내일이면 끝날 것 같은 코로나의 위기는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원하는 것을 쉽고 편안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춘이 지나 따뜻한 봄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꽃샘추위는 함박눈을 쏟아붓고는 봄과 밀당을 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봄은 더 따스하고, 나뭇가지를 거칠게 흔들어야 땅속의 물기가 나무 위로 잘 올라온다고 하니, 이치와 순리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랑도 이와 같아서, 상대방을 위해 시간과 물질을 낭비하는 무모함이 없이는 사랑이 완성될 수 없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에 변화를 주는 만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인 장발장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알게 해준 미리엘 신부와의 만남은 그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된다. 코제트의 어머니인 가련한 여인 팡틴은 이 소설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불행한 여인 팡틴이 아기를 돌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팔러 나가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팡틴의 아이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에 감명받은 장발장은 그녀에게 약속한 대로 학대받는 어린 딸 코제트를 악인의 손에서 구해낸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를 처음 경험해보는 장발장과 코제트의 만남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굶주림 때문에 훔친 빵 한 조각이 장발장의 인생의 비극의 시초였듯이 철모르는 나이에 사랑에 빠져 갖게 된 아이는 팡틴의 불행이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오직 어린 딸만이 있을 뿐이다. 딸을 맡아 길러주는 사람들은 악독한 인간의 표본으로 어린 딸을 학대하고 일을 부려먹으면서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끝없이 돈을 요구한다. 순진한 팡틴은 딸을 위해 그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긴 금발 머리를 잘라서 팔고 그 다음에는 앞니 두 개를 판다. 일에 지쳐 건강은 악화되고 아이가 위독하다며 재촉하는 돈을 다 댈 수 없게 되자 팡틴은 마침내 거리에 나서서 몸을 판다.

사랑은 이토록 무모하다. 품에 안아보고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온몸을 내던지다니.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끝없이 희생하는 가련한 어머니로 팡틴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녀의 모성애는 마침내 딸의 구원을 가져오는 기적을 일으킨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모하리만치 희생적인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더 우리를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온몸을 찢으면서까지 사람을 구원한 위대한 사랑을 묵상하는 절기가 다가오고 있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아니고는 이웃을 온전히 사랑할 도리가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은 제 것을 내어주는 무모한 사랑에 있다. 말뿐인 사랑은 그저 공기 중에 흩어질 뿐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그 아픔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신 하나님의 도우심 속에서만 감내할 수 있다. 우리를 위해 죽음의 아픔을 감수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자신을 비워내기 위해 무릎 꿇는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때 우리는 사랑해야 할 사람을 위해 기꺼이 아픔을 감수하는 참된 사랑의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어머니의 해산의 아픔이 곧 기쁨이듯이 사랑하기 위한 아픔은 반드시 생명을 살리는 기쁨으로 변화될 것이다. 깊은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힘은 강하고 아름답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