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할지도 모르나 절실한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우리 시대 교회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 필립 얀시 저, 김동완 역, 요단출판사

요즘과 같은 시기에 언론매체로부터 빈번히 들려오는 교회 소식은 달갑지 않음을 넘어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때론 그것이 세상 속에서 교회와 기독교란 무엇인지, 그리고 예배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 필립 얀시는 미국 조지아 주의 어느 근본주의 성향이 짙은 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전에 따르면 근본주의란 “기독교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전개된 개신교의 보수주의적, 복음주의적, 복고주의적 종교운동이념”을 의미한다.

그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지만 그 교회는 규율이 엄격했고, 인종적 편견이 깊게 뿌리 박혀 있었다. 불행히도 그가 교회로부터 느낀 감정은 위선뿐이었다. 교회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가나안 성도(신앙은 있으나 어떠한 이유들로 인해 교회를 나가지 않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지낸 기간도 있었지만, 공동체 기반의 교회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나름의 기준으로 그는 이상적인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닐 교회를 찾을 때 그는 “위를 보는 교회,” “주위를 보는 교회,” “밖을 보는 교회,” “안을 보는 교회”를 권한다.

먼저 그에게 ‘위를 본다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를 다니고 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은혜를 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친교를 위해, 그리고 어떤 이들은 나름의 이유로 인해 교회를 다닌다. 대개의 경우 그 목적의 주체는 ‘나’이다. 하지만, 이 땅에 교회가 존재하고, 예배를 드리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함이라는 목적과 이유 외의 교회 성전, 목회자, 찬양대, 교회 장식물, 친교 모임 등은 본질이 아닌 예배를 돕는 보조적 도구들에 불과하다. 저자의 시각으로 오늘 이 시대를 본다면, 코로나 상황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진정성만 있다면 꼭 대면예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비대면 예배로도 충분히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주위를 보는 교회’를 권한다. 교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저자의 배경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인종이나 문화가 상대적으로 다양하다보니 조금 더 복잡하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사랑은 언어, 인종, 민족, 계급, 나이, 성 등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초월한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교회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고임금 전문직 종사자와 저임금 노동자 그리고 어른과 아이 그리고 노인, 여성, 몸이 불편한 환자 등 전혀 공통분모라고는 찾을 수 없는 모든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것이 복음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어렸을 적 다녔던 교회에서 강조하던 선교란 주로 아프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것들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밖을 보는 교회’란 내 주변의 가까운 이웃들의 절박함을 외면치 않고 손을 내미는 것을 의미한다. 선교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내 주변에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내게 부어주신 그 사랑을 흘려보내면 된다. 약간은 진부한 말일 수 있으나, 타인을 향한 베풂이란 받는 대상뿐만 아니라 베푸는 자에게도 큰 기쁨과 유익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안으로 보는 교회’란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고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을 수 있는 까닭은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한없이 무한한 사랑에 의해서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하나님의 사랑은 값없이, 아무 조건 없이 온다. 내가 아무리 잘난 짓을 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커지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못난 짓을 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작아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냥 나를 사랑하신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우리는 여성 또는 남성, 가족 내에서의 위치, 사는 지역, 나이, 직업 등의 다양한 정체성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는 그 여러 것들 중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 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 글을 쓰는 나에게 필립 얀시의 책은 사실 그리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새롭지 않은 어쩌면 진부할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리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임에는 틀림없다.

민학기 (윌로우 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