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훈련과 향상을 위해

<바울의 기도- 사도 바울에게 배우는 성경적 기도/ Praying with Paul: A Call to Spiritual Reformation>, D. A. 카슨 지음, 윤종석 옮김, 복 있는 사람, 2016년  

나의 기도는 얼마나 하나님께 응답 되는가? 자신과 다른 이들을 감동하며 변화시키는 숙련된 기도인가? 기도할 때, 듣는 이들에게 교훈과 격려, 덕을 끼칠 수 있는가? 

“기도는 기도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는 개구쟁이 같이 도망치지 말고 기도가 될 때까지 기도하라”고 제안하는 이 책은 ‘지금 당장’, ‘제대로’ 기도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것도 모든 것을 떠나 성경적 기도의 본을 따라 기도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기도의 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책이다.

기도의 능력은 강력이고 실제다. 성경적으로 볼 때 기도하면, 모든 면에서 더 깊은 차원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개인의 순전한 믿음, 성결, 정직, 자원하는 희생과 헌신, 충실한 전도, 성경연구, 개인과 공동체 예배의 활력,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바른 관계성,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마음... 모든 것이 달라진다. 

‘기도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사람이 어딜 가나 있지만, ‘기도를 제대로 한 사람치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을 본적이 없다. 과연 기도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기적이다. 그런데 이런 기도의 기적을 기도자가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결정적인 비극은 기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놓치는데서 벌어진다. 하나님 그분을 열망하기보다 기도의 가시적 응답과 부차적 결과에 집착하는 잘못된 기도의 목적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의 목적은 신약의 서신 속에서 바울의 기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오늘날 우리의 일상적 기도와 얼마나 다른지 면면이 대조해보며) 이 시대 우리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기도의 능력과 방향성을 재고하는 하는 것에 있다. 비단 바울뿐만 아니라 기도에 대해 가르치는 역사상 많은 영성가들은 모범 기도(예컨대, 주의 기도, 믿음의 선진들-선지자-사도들의 기도)를 주의 깊게 읽고 자신의 기도로 확장, 구체화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모든 일에 그러하듯, 기도에는 기도 계획이 필요하다. 구별된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고, 충분히 기도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보다 기도를 잘 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다. 잡념을 물리칠 수 있도록 소리 내어 기도하고, 성경 본문을 읽으며, 홀로 그리고 몇 사람이 꾸준히 같이 기도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기도 실패와 중단 앞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기축(基軸)이 된다. 

기도 일기를 쓰는 것의 유익도 자세히 짚고 있다. 쓰는 것은 입으로 뱉는 말보다 속도를 늦추기에 자연스럽게 더 많은 기도 시간을 확보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적 기도의 첩경이 될 수 있다. 희떠운 말잔치가 되지 않도록 차분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기도 해야 할 때 미리 적어온 것을 읽는 이른바 잉태된 기도의 유익을 생각해보자면 이는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기 이전에 하나님 앞에서 기록하는 기도 일기가 왜 기독교 영성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방식인지 이해할 수 있다. 기도의 모델도 중요하다. ‘넓은 기도의 품, 열정과 웅혼함은 본받되 어구는 흉내 내지 말라’는 섬세한 조언도 내 수첩에 적어두었다.

기도 방법에 대한 조언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책의 대부분은 바울의 기도 본문을 학문적 분석이 아닌 기도자의 본심을 탐색하며 읽는 내용으로 할애하고 있다.

주 예수의 영광과 재림과 완성의 마지막 때를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을 기도 선상에 올려놓는 그리스도 중심적, 종말적, 타자 지향적 바울의 기도를 낱낱이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서신 속 기도를 ① 바울의 기도(직접 인용), ② 기도에 대한 보고(바울이 독자들에게 자신의 기도에 관해 말하는 부분)  ③ 기도에 대한 소망(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같은 식으로 하나님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 부분) ④ 기도하라는 권면과 요청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바울의 모범을 통해 기도의 바른 동기와 추구를 배울 수 있고, 무엇이 합당한 간구인지 분별할 수 있다. 기도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도 극복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성경적 예시와 우리 일상을 번갈아 비춰주며 친절히 안내해준다.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인간의 축소될 수 없는 책임 사이에서 기도의 무용성을 주장하던 이들에게도 적절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기도를 더 잘하려면, 우리의 사랑이 더욱 깊어져야한다.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이 훈련될수록 그만큼 중보기도도 자라간다. 사랑이 없이 겉으로만 뜨거운 기도는 결국 가짜이고 공허하며 얄팍하다"(122쪽).
 
그리스도에 대한 종말론적 믿음, 사람에 대한 사랑, 성서적 교회전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도의 더 깊은 곳으로 그물을 내리기 원하는 이들과 함께 읽고 나누고 싶다.

신현희 목사 (안산나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