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저항이다>, 월트 브루그만, 박규태 역, 복 있는사람, 2015년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예배가 비대면 예배로 대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배의 본질을 묻고 있다. 그러나 예배의 본질은 예배 그 자체를 넘어 교회의 본질 등 좀 더 넓고 근본적인 성찰이 동반되어야 한다. 구약성서학자 월트 브루그만은 <안식일은 저항이다>(Sabbath as Resistance)라는 책에서 예배의 본질을 사회 변혁적인 안식일 계명에서 찾고 있다. 

안식일 계명은 불의하고 무자비한 고대 애굽 제국의 경제체제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브루그만은 주장한다. 실로 안식일이 처음으로 지켜진 곳이 광야이기에 출애굽은 바로의 불의하고 잔혹한 체제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베푸시는 안식으로의 여정인 것이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과 마지막 장은 안식일 계명을 십계명의 첫째 계명과 열째 계명과의 관계에서 설명한다. 즉, 십계명의 중심 내용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안식일 계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중간 2-5장은 안식일을 “불안”(출 20:12-17), “강요”(신 5:12-14), “배타주의”(사 56:3-8), “과중한 일”(암 8:4-8)에 대한 저항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부제가 “지금 세상의 문화와 가치에 대한 저항”인 것처럼, 번영과 맘몬주의, 폭력에 의한 인간 도구화, 자연과 피조물 파괴 등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역행하고 우상숭배에 저항하는 안식일 계명인 것이다. 

“안식을 기억하여 그날을 거룩하게 지켜라”는 명령은 하나님이 아닌 우상숭배나 공존이 아닌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의 요구에 담대히 저항하라는 계명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불안, 불의, 분노, 욕망, 이기심, 질투, 경쟁이 판을 치는 애굽 사회에서 나눔, 섬김, 희망, 사랑, 풍성한 삶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하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식일은 저항을 넘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저항인 것이다. 안식일은 주인과 노예의 담을 허무는 은혜의 날이고, 원주민과 외국인의 구별도 없는 복된 날이다. 안식일은 조화와 평화를 이루는 날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를 이루고 인간 내면의 평화를 이루며 만물과 평화를 이루는 날이다. 하나님이 가장 처음 축복하신 것은 이스라엘도 그들의 땅도 아닌 바로 안식일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안식일은 새 하늘과 새 땅의 새로운 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날이다. 죽음이 부활로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는 축제의 날이고, 미움과 전쟁이 사랑과 평화로 바뀌는 은혜를 경험하는 감격의 날이다. 안식일은 우리를 폭력, 미움, 경쟁이라는 세상의 소리에 저항하고 생명, 평화, 정의라는 새로운 창조에 동참하는 축제의 날이다.

하나님의 새로운 창조를 희망하는 축제의 안식일은 세상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부르는 사랑의 찬양이고,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이웃과 함께 부르는 소망의 찬양이며, 억울하게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부르는 희망의 찬양인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소망과 희망의 찬양을 함께 부르기 위해 우리는 안식일의 저항에 동참하는 것이다.

김진양 목사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