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2020년

신년을 보내면서 성도들의 새해 소망을 담은 기도제목을 마주하게 되었다. 매년 마주하는 기도제목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가 모두를 겸손하고 소박하게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전의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싶다”는 것이 모두의 가장 큰 소망이 되었다. 목회자로서의 마음도 같다. 교회의 일상이 회복되는 것. 특히 예배가 회복되고, 이전처럼 모임이 회복되는 것.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든 목회자들의 올해 소망일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19를 통하여 우리가 그동안 기본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기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은 어려서부터 탁월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성균관에 들어가서도 뛰어난 재주로 정조의 눈에 들었으며, 이후 과거에 급제하면서 일찌감치 관직의 길로 나섰다. 정조의 총애로 승승장구하며 마흔이 되기 전에 형조참의에 올랐고, 형조참판의 직을 대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산은 마흔에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가서 20여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비록 유배를 당한 상황이지만 ‘목민심서’와 같은 유명한 책들을 저술하면서 학문의 깊이는 점점 깊어져 갔다.

그런데 다산은 나이 60이 되어 ‘소학’이라는 책을 다시 들게 된다. ‘소학’은 천자문을 뗀 어린 아이가 그 다음으로 읽는 유학의 가장 기본적인 책이고 아동교육서이다. 다산이 이미 어려서 읽은 책이고, 사서삼경을 독파한 그의 수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린 아이가 읽는 책이었다. 그로나 다산은 가장 기본적인 ‘소학’을 읽으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생을 살다보면 거창하고 심오한 것이 아니라,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이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의 올바른 도리를 세우는 것이다.” 이것이 다산의 인생 결론이었다.
  
다산은 스스로 쓴 묘지명에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 예순, 돌아보니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본서의 저자는 이러한 다산의 마음으로 ‘소학’의 내용을 쉽게 풀어 정리했다. “배움, 예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 겸손함과 관대함, 아름다운 말, 선행”의 여섯 개의 단락으로 인간됨의 가장 기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일상과 무너진 교회의 모습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자 책무이다. 이런 회복의 과정에서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비록 이 책이 신앙서적은 아니지만 기본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조언을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희준 목사 (용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