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지리로 만나는 성경 이야기

<역사와 지리로 만나는 성경 이야기> 김진산 지음, 이야기books

땅에서 어떠한 역사를 쓰고 있는가. 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늘 한결같다. 누가 좀 더 땅을 가지게 되었는지, 누가 땅을 빼앗겼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늘 역사 속에 있어왔다. 땅을 더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끊임없는 땅따먹기 이야기를 양산했다. 땅을 많이 가지고 있어 제국이라 불리던 나라들도 있었고, 땅을 빼앗겨 역사 속에 사라진 나라들도 있었다. 오늘날도 여전하다. 얼마나 땅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땅을 가질 수 있는지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다.

땅의 소유에만 관심을 가지는 세상에서 땅에 대한 조금 다른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땅에서 써내려간 사람들의 역사다. “너는 얼마나 땅을 가지고 있니?” 에 대한 궁금증에서 “너는 그 땅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갔니?”로 옮겨보면 어떨까?

<역사와 지리로 만나는 성경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주신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떠한 신앙 이야기를 써내려갔는지를 소개해주는 책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땅을 많이 소유했는지, 적게 소유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크든 작든, 그 땅에서 써내려간 신앙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 곳에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사명을 잘 감당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성경을 읽는 일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땅에 서서 그 땅과 더불어 신앙의 신실함을 펼쳐갔는지를 살피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오늘 우리가 살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내가 서 있는 땅에서 어떠한 신앙의 역사를 쓸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가 있는 땅에서 내게 주어진 사명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

하나님이 보내신 곳에서 써내려간 하나님의 백성들의 이야기. <역사와 지리로 만나는 성경이야기>는 구약 편, 신약 편 두 권으로 되어있다. 구약 편에서는 구약시대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8곳의 땅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신약 편에서는 신구약 중간기에서 신약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7곳의 땅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서 있던 땅마다 그들이 감당해야할 사명이 달랐다는 것이다. 땅에 사명이 있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진공상태로 부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땅과 그 땅을 둘러싼 상황 속에 부름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살아내야 할 사명도 각각이었다.

구약 편에 나와 있는 땅들만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브엘세바는 족장들의 신실한 여정 끝에 예비 된 복을 담아놓은 땅이었다. 시내산은 거룩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는 땅이었다. 여리고는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여 전진해야 하는 땅이었다. 실로는 신앙의 중심지로서 하나님 앞에 마음을 두어야 하는 땅이었다. 예루살렘은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로서 하나님 중심에서 모든 것을 이루어가야 하는 땅이었다. 사마리아는 분열의 유혹 속에 있던 땅이었다. 라기스는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즉 세상의 위협을 마주하는 땅이었다. 바벨론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길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세상의 땅이었다.

신약 편에서도 7곳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신구약 중간기의 역사 속에 유대인이 그 곳에서 어떻게 살아내야만 했는지, 더불어 이후에 예수님과 사도들에게 그 땅은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를 살폈다.

주된 이야기 외에도 각 땅에 대한 배경적 지식과 그 땅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이스라엘과 지중해 지역에서 거주하고, 방문하고, 계속해서 연구하면서 풀어낸 이야기들이기에 이러한 정보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함께 성경을 읽을 때 유익을 줄 수 있겠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각자의 땅에서 신앙으로 투쟁했다. 물론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실패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그 곳에서의 신앙의 투쟁에서 승리를 맛봤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투쟁과 더불어 그들에게 사명을 주시고, 그 일들을 성취해 가시는 하나님의 흔적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신앙의 삶은 신앙 안에서의 투쟁과 하나님의 은총의 흔적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엮이며 그려져 가는 것이겠다.

다양한 땅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오늘 내가 살아가는 땅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늘 내가 서 있는 땅에서 나 혹은 우리의 사명은 무엇일까?’ 각자에겐 저마다의 땅이 있다. 가정, 일터, 학교, 교회라는 개인적 삶의 터전과 더불어 내가 속한 도시, 나라라는 공공의 땅이 있다. 그 곳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특별히 오늘이다. 과거의 사명이 있었고, 내일의 사명이 있겠지만, 특별히 오늘의 사명이다. 오늘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궁리해봐야 할 부분이다.

각각의 자리에서 내가 감당해야할 사명은 다를 것이다. 가정과 교회, 일터의 일원으로서의 사명이 다를 것이고, 시민, 국민으로서의 사명이 다를 것이다. 어제 이곳에서의 사명과 오늘 이 곳에서의 사명이 다를 수 있다. 하나님 앞에 깨어있음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기에 서로의 사명을 획일화시켜서 비교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신실함의 여정을 감당해야 하고, 누군가는 신실함의 결과를 누릴 수 있고, 누군가는 도전해야만 하고,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수 있다. 각 사람의 터전에서 각자가 하나님과 함께 써내려가야 할 이야기다.

물론 연대는 필요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사명을 이루어감과 동시에 공공의 사명과 선을 향해서는 연대하며, 각각의 사명을 위해 기도하며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결국 각각의 작은 퍼즐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큰 그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땅에서의 사명성취들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들을 이루어가는 퍼즐조각들이 되었듯이 말이다.

정승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