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그대에게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저, 김석희 역, 열림원, 2020년

사람은 살아가면서 계속 무언가를 잃어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젊음을 잃는다는 말이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모험을 잃어버렸단 말이다. 만족한다는 것은 도전을 그만둘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익숙함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꿈꾸지 않을 때 자리하게 된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놓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고전이 있다. 이 동화는 원래 어른을 위한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세상..
저자는 6살이 되던 해, ‘코끼리를 통째로 집어 삼킨 보아 뱀’을 그린 적이 있다. 우리가 다 아는 그 그림말이다. 끔찍하고, 무서운 상황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것을 단순한 모자 그림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배제한, 자기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단순화시킨 세상이다. 어른들은 흥미진진한 아이들의 세상을 산수, 역사, 문법 등의 학문으로 수치화시켰다. 이 과정을 잘 답습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어른이 된 저자는 비행기 조종을 하던 중, 홀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한 인물을 마주한다. 어린왕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무수히 많은 것들 중..
어린왕자가 살던 작은 별에 씨앗 하나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 꽃은 아름다웠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제멋대로였다. 홀로 살던 어린왕자에게 꽃은 불편한 존재가 되었고, 그는 자신의 별을 떠나 다른 별을 여행한다. 그렇게 일곱 번째 도착한 별이 지구였다.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수 천 개의 장미꽃을 발견한다. 자신의 특별함을 뽐내던 자신의 꽃은 지구에 있는 흔하디흔한 장미꽃 중 하나일 뿐이었다. 허망한 일이었다. 내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던 존재가 수많은 것들 중 하나라니...

‘유심히’ 바라보기..
울고 있는 어린왕자에게 사막여우는 ‘관계 맺기’의 비밀을 알려준다. 사실, 자신의 별에 있는 ‘나의 꽃’이 특별할 이유는 전혀 없다. 품종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희소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꽃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만이 어린왕자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꽃들 중 어린왕자가 물을 준 꽃은 단 하나이다. 그는 그 꽃 때문에 시간을 썼고, 고민했고, 울었다. 관계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고,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다. 

평범함과 특별함, 그 한 끗 차이..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저 별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딘가에 꽃 한 송이가 위태롭게 피어있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나를 둘러싼 하나하나가 특별한 것은 그 속에 나의 흔적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무심코 지나치면 평범한 것들 투성이다. 때론, 그 평범함이 우리에게 무가치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더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유심히 바라볼 때, 그 속에 이미 특별함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 나의 모습은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신동훈 목사(마포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