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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춤추는 하마의 Friday for Feminism
최형미  |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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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21일 (목) 23:54:08
최종편집 : 2021년 01월 24일 (일) 00:27:54 [조회수 : 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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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이야기, 춤추는 하마의 Friday for Feminism

<거룩한 차별>

20여 년 전 내 손을 잡고 영국 히드로 공항에 내린 네 살짜리 딸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져 말했다. “엄마, 저기에 하나님이 있어.” 구레나룻을 기른 키가 큰 늙은 백인 남성을 가리켰다.

   
▲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딸아이만 그랬을까? 16세기 초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그리며 하나님을 늙은 백인 남성으로 표현했다. 어떤 교부도, 어떤 교황도 그것이 십계명을 어긴 불경한 우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남성 기득권이 그들의 눈을 가린 것이다. 오랫동안 신은 남성이었다. 권력의 맨 꼭대기에 있던 엄격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나에겐 다른 기억도 있다. 가난한 학생들이 유독 많았던 신학교, 채플 시간만 되면 전교생이 합창단원이 되어 화음을 넣어 노래했던 황홀했던 기억들. 어느 날 변선환 총장은 페미니스트 신학자 <로즈마리 루터>를 채플에 초대했다. 강연이 끝나자 총장님은 그것에 응대하는 축도를 하며 “어머니 되신 하나님”을 크게 불렀다. 그 낯선 표현. 어머니 하나님이라니.

 

   
▲ 소비에트 러시아 인민화가 Valentin Sidorove 의 <신과의 만남>

그 이물질 같은 한마디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고 있었다. 내게 하나님은 아버지, 어머니, 아이, 거리의 이방인, 노동자, 그리고 새벽 햇살.

오늘 아침 QT에서 이사야 28장을 묵상하며 <농부되신 하나님>을 고백했다. 내게 농부는 자본으로 전세계 곡물시장을 쥐락 펴락하는 돈많은 기업형 산업 농이 아니다. 귀리며 참깨며 수수를 섞어 농사짓고, 뒷마당 텃밭도 가꾸며, 가을에 곡식을 추수하는 지혜와 지식이 풍부한 소농들, 사람들의 먹거리 70%를 책임진다는 여성 농부들이다. 오늘 아침, 내 마음에 찾아온 하나님은 여성 농부였다.

이쯤이면, 1999년 보스턴 대학을 떠났던 신학자 메리 데일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젊은 시절에 ‘교회와 제2의 성’, ‘아버지 하나님을 넘어서’라는 책을 써 교회 개혁에 힘썼다.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신비경험을 하고, 영성이 풍부했던 그는 수업시간에 남학생들에게는 가혹했다.

“남학생들은 질문 하지 말아라. 지난 2000년 동안 여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너희도 겪어보아라”

그는 수업시간에 남학생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페미니즘 심화 과정에 남학생을 배제했고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재판관은 그에게 남학생들을 수업에 받아들이든지, 학교를 떠나라는 판결을 내렸고, 그는 종신 교수라는 특권을 포기했다. 학교를 떠나며 그는 여학생만 수업에 허용한 이유를 덧붙였다.

“20명의 여학생과 1명의 남학생이 함께 있을 때, 수업은 눈에 띄게, 혹은 의식하지 못한 채, 남학생들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우리가 오랫동안 남자들을 우선으로 대접하고 존중하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메리 델리는 페미니즘의 급진성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보여준 인물이다. 혹자는 그의 태도를 남성 혐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가 넓혀놓은 지평에서 후대들은 더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영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긍정적인 차별’은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교회에는 여자들이 많다. 하지만 여자 장로나 여성 목사는 적다. 개개인의 성향이나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구조의 문제다. 아직도 노인 남성을 하나님으로 여기고, 위계를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의 구조가 교회조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 <거룩한 차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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