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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종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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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09일 (토) 23:27:34
최종편집 : 2021년 01월 09일 (토) 23:28:46 [조회수 : 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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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현대인에게 여행이란 삶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전 지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상황이 벌어졌다.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독후감 제의를 받고 그날부터 무슨 책(주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1년 전에 읽었던 김영하의 산문인 ‘여행의 기술’이 기억났다. 다시 읽어 보았다. 지금이야 말로 ‘여행의 기술’을 연마해야 할 시기라 생각되었다.

여행(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유람, 휴식 등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타 국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을 말한다. 내가 좀 더 붙인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맞닥뜨리면서 즐거움을 얻는 행위일 것이다. 책은 작가가 여행이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상해를 비자없이 갔다가 상해에서 출국 당한 경험 그리고 처음 가 본 지역의 식당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전혀 상상이 안 되는 음식을 먹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실패는 많이 기억이 남아서 좋다고 한다. 다녀와서 할 이야기가 많아서 일 것이다(특히 작가는 글 쓰는 직업이기 때문). 나도 매우 동감했다.

나에게는 두 번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국 911사태 때 투숙하고 있던 호텔에서 다른 호텔로 피신하면서 택시를 잡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과 2011년으로 기억되는데, 그린란드 화산 폭발로 이태리에서 1주간 묶여 있을 때 바로크시대 화가 카라바지오 전시회를 볼 수 있었던 경험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 경험들이 이야기 원천이 되고 있다.

작가는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꾸어 저장한다. ...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행의 경험이 나쁘든 좋든 우리에게 추억거리를 선물해 준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무시무시한 이동 능력과 지구력이 있다. ‘이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인류의 장점이다’라고 저자는 BBC방송 <인간포유류, 인간 사냥꾼, Human Mammal, Human Hunter>을 인용하여 인간의 이동과 지구촌 전역의 인류문명의 발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 1995년 세계적으로 5억2천만 명이 다른 나라로 여행은 떠났으나 2016년이 되면서 12억4천만 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 인류는 정말 여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다. 아무리 가상현실 기술 등이 발달되어 여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호모 비아토르는 지금 이순간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짐을 꾸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쓰여진 작품이라).

실제 목적지가 없는 여행 상품이 동이 나고, 내년 여행 상품이 매진되는 상황을 보니 진짜 우리는 호모 비아토르인가 보다. 나는 2개월 전 스페인에 다녀왔다. 물론 랜선(Lan cable: 유선 인터넷 연결선) 여행이다. 요즘 진짜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행 어플을 이용하여 프라다미술관을 관람하였고, 하몽을 만드는 곳도 둘러보았다. 수많은 인파로 잘 볼 수 없는 명화에 대하여 친절한 가이드로부터 자세히 설명 들를 수 있었다. 포도주 한잔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즐길 수도 있었다. 평상시에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몽을 만드는 곳을 일부러 버스를 타고 갈 필요도 없었다. 편안하게 집에서 볼 수 있었다. 참 좋은 랜선여행이었다.

그러나 장점은 있었지만 촉각, 후각, 미각으로 얻을 수 있는 진짜 여행의 맛은 느낄 수 없었다. 내 생각에 진짜 여행을 위해 랜선 여행이 보조적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왜냐면 ‘방구석 여행자’처럼 타자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정보는 직접 체험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이다. (작가는 ‘알쓸신잡’에 출연한 경험을 통해 이를 설명하였다.)

우린 여행 중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아니면 길 가다 어떤 여행자를 도와주기도 한다. 작가는 “북유럽을 여행할 때 버스를 타고 요금을 낼 때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 현지 할머니가 대신 버스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중략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누구에게나 공감되는 이야기이고 대부분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환대의 순회는 여행만이 아닐 것이다. 종교에게는 환대의 순환이 기본일 것이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 일탈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교육할 때 일탈하지 말라고 한다. 일탈을 하지 않으면 안전하나 새로운 것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 여행은 유목이나 이주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여행은 현재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움을 느끼고 다시 현재로 귀환하는 것이며 다시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는 것이다.

힘든 2020년을 보낸 우리에겐 여행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시나리오 중 가장 낙관적인 것은 상반기 백신 접종 완료하고 하반기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좀 비관적인 것은 이 과정이 6개월 늦어진다는 시나리오이다. 어떤 시나리오로 2021년을 맞이 한다하더라도 우리는 곧 여행을 즐길 것이다.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을 읽어 보면서 다음에 여행을 기대하고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그래서 2021년 6월에 독일을 가는 항공 티켓을 검색해 보았다.

 

김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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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211.54.116.232)
2021-01-10 01:43:52
저는 정반대의 결론을 얻었습니다만...
이곳저곳 여행 가 본 결과 저 나름대로 얻은 결론입니다.

1. 사람 사는 곳은 거의 비슷하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면 그게 그거다.

2.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우리 동네 뒷동산보다 더 정겹고 살가운 경치를 본적이 없다.

3. 여행 한답시고 오가는 길가에 내다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길가에 내다버리는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거나 영화 한편 보는 게 훨씬 더 낫다.

4. 발트뷔네, 베로나에서 생생한 오페라를 감상한 것과 DVD로 나온 똑같은 오페라를 적절한 오디오 장비를 갖추어 놓고 집에서 감상한 것을 비교하면 집에서 들은 오페라가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현장 마이크를 통한 네트렙코의 목소리나 오디오 장치를 통한 네트렙코의 목소리는 둘 다 기계음이니 별 차이가 없었다. 발트뷔네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관객이 음식을 오물거리며 먹어서 신경이 많이 쓰여 분위기 별로였다.

5. 젊은 시절에는 일본에서 노가다 하면서 돈 벌어 일본 구석구석을 여행하기도 하는 등 ‘뭔가 신기한 것을 찾아서’ 여행도 많이 했으나 최근에는 산에 가면 관악산에 갔다 오는 정도다.

“무엇을 찾기 위해 멀리 떠돌았더니 내가 찾고자하는 것은 바로 내 집, 내 옆에 있었다.”라고 한 어느 철학자의 독백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는 여행 체질이 아닌데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남에게 “나 멀리 여행 갔다 왔다!”고 과시(자랑)하느라고 여행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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