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or Future“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갔던 그는 기후위기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다. 당분간 나의 금요일은 ”Friday for Feminism“이 될 것이다. 독재자 마르코스를 몰아낸 필리핀 페미니스트들이 외친 구호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라 외쳤다(Feminism perfects Democracy). 

원고청탁을 받았을 때, 망설였다. 바빴고, 일도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때론 진보적이고 때론 보수적인 얼룩진 내 모습을 고스란히 들켜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목사님이 제안하니, 목회자의 통찰이라 여겨 고생길을 자처해보기로 했다. 

난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리더십은 교회 고등부, 청년부 부회장을 지나오며 키워졌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나의 레디칼한 관점은 종교철학과 신학을 하면서 생겨났다. 그렇다. 사람들은 신학교가 기독교 사관학교인 줄만 알고 있겠지만, 신학교에서는 모세 앞에서 진짜 바다가 갈라졌을까? 여자가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졌을까? 창세기 설화는 어느 문명의 영향을 받은 걸까? 신학은 금지된 질문을 하는 천기누설의 학문이다. 그 막막한 벽앞에서 새로운 해석을 찾아야 했다. 생각과 상상의 근육은 그때 생겨났다. 혼돈이 주는 선물이다.

새벽기도를 하며 길을 찾던 내게 운명처럼 열린 공부는 페미니즘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성학 박사가 되었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강의도 줌으로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으니 난 또다시 길을 찾는다. 갇힌 자들은 안으로 들어가 해방을 찾는다지 않는가. 그래서 성경 읽기에 집중했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소리 내서 읽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온갖 수단·방법을 다 쓰며, 애쓰며 성경을 읽어나갔다. 한글로 읽으며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읽으며 한글로 생각했다. 성경 언어를 비언어 춤으로 표현하며 집중했다. 오늘은 소돔과 고모라 춤을 췄다. 슬픈 춤이다. 어쩌다 춤추는 나를 보면 남편도 아이들도 그러려니 한다. 딸만이 종종 함께 춤을 춘다. 이런 내게 목사님은 글쓰기를 권한 것이다. 

배웠다는 것은 빚을 졌다는 것이다. 새벽기도를 한 나에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했으니, 이제 내가 배운 것을 조금 나눠야 할 것 같다. 신앙 이야기를 하면 됐지, 왜 자꾸 여자를 강조하냐고 묻겠지만, 굳이 페미니즘이 왜 필요하냐고 묻겠지만. 유니온 신학대학의 정현경 교수는 이런말을 했다. 

”기독교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선교사들은 일본 정부와 약속했다. 절대 정치적 설교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출애급이야기를 듣자마자 교회는 민족운동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교회는 여성을 교육하고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어느새 기독교는 가부장제 문화의 때가 덕지 덕지 붙어버렸다. 페미니즘은 세신타월이다. 가부장제의 때를 벗겨내 교회답게 할 것이다.“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무엇이 페미니즘인가? 페미니즘이 교회개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펼치려고 한다. Feminism for Faith 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