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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를 읽고
이인선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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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06일 (수) 00:03:11
최종편집 : 2021년 01월 06일 (수) 00:04:32 [조회수 : 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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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를 읽고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흐름 출판사)

이 책을 읽게 된 까닭은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의 숨결은 늘 바람이 된다. 그러나 그 변화를 굳이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저자가 ‘숨결이 바람이 되는 것’을 느낄 만큼 무언가 애통하거나 절박하거나 애틋하거나 낭만적일 것이라고 생각되었고, 작가의 남다른 통찰이 실려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제목을 한참동안 살피다가 표지 뒷면을 보았는데 추천의 글들에 이런 단어가 담겨있다 “시간을 아껴, 영혼의 학교, 매운 겨자, 한줄기 바람, 일말의 주저 없이.” 단숨에 첫 페이지를 열었으나, 누군가의 후기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겨우 281쪽 분량의 아담한 책인데도 말이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책 속에 머물러 폴과 함께 울고 생각하고 애를 태우고 담담해야 했기에 그렇다. 

나는 30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교인들의 영적 생활을 지도하며, 그들의 전반적인 삶을 돌보는 일을 한다. “내 양을 먹이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소명적 삶을 사는 사람이다. 또한 그 ‘먹임’이나 ‘돌봄’은 사망을 이기고 부활의 첫 열매되신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부활신앙의 능력에 기초한다. 

그런 의미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숙고는 목회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태중의 아기에게 축복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아기의 태어남, 세례, 성인식, 결혼, 나이 듦, 죽음 등 각 발달과정의 통과의례를 돌보며 그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책임과 의미와 소망을 부여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유능한 서른여섯 살의 신경외과 의사가 어느 날 폐암 판정을 받고 자신의 남은 시간 속에서 경험한 또 다른 삶과 죽음을 담고 있다. 저자 폴은 의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추구했던 이상은 목회자의 역할이었다고 말할 만큼 의사로서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뛰어들어 그 곳에서 어떤 초월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소명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많은 고통을 목격할수록 그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그 익숙함이 의사의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시한부 환자의 삶을 동시에 살아낸 그는 환자나 가족이 죽음이나 질병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 죽음의 전령사 역할까지도 감내해야 함을 표현한다.
 
목회자로서 이 책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음을 앞 둔 성도와 가족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하고 이해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안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비겁했다. 부활신앙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사망이나 생명이나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음을 믿는 믿음은 죽음도 성실히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폴이 ‘죽어가는’ 시간이 아닌 ‘계속 살아가는’ 시간을 선택한 것처럼.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 들이었다.” 

이인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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