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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에 특별한
장경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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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04일 (월) 00:16:13
최종편집 : 2021년 01월 04일 (월) 00:18:32 [조회수 : 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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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에 특별한

(<Still Life With Rice> Helie Lee 지음, Touchstone Book)

   
 

중학교 때 특이한 수행평가 과제를 골라내는 듯한 국어선생님이 있었다. 언제는 가족 중 1명을 인터뷰해오라는 과제를 받아 월남하신 외할머니를 인터뷰하기로 결정하였다. 2시간 정도를 통화했는데,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의 전쟁 경험기를 들으니 신기하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난지금은 그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그때의 추억과 감정만 남아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지금은, 그때 들었던 이야기를 잘 적어두거나 녹음 할걸 후회하기도 한다. 

Still Life With Rice는 나와 비슷한 20대의 손녀가 할머니의 인생을 받아 적은 전기이다. 백홍용 할머니는 조선시대 말기에 태어나 중매를 통해 결혼하고, 일제강점기를 겪어 해방 후 미국으로 이민 간다. 민족의 아픈 역사 속에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아편을 밀매하기도 하고, 식당을 차리기도 하고, 하나님을 만나기도 한다. 매 순간 크고 작은 위기가 찾아오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빠른 행동으로 살아남는다. 

나는 왜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을까? 백홍용 할머니의 역동적인 인생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때로는 “그래도 나는 이것 보다는 덜 힘드네”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고, “이런 상황까지도 이겨내는구나”하며 힘내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백홍용 할머니가 똑똑해서 매번 위기를 잘 대처했다고 생각해서 나도 똑똑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백홍용 할머니가 운이 좋아서 잘 대처 했겠거니 싶어, 나도 괜히 열심히 살면 운이 좋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어쩌면 백홍용 할머니는 그 시대 여성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다. 다른 여성들과 동일하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당시의 역사가 만들어낸 “평범한 여성”은 강인하고, 똑똑하고 특별한 여성이었을 뿐이다. 

백홍용 할머니도, 나의 외할머니 “박순남”도, 그 당시의 평범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특별했던 것이다. 비록 외할머니의 전기를 책으로 남기지도 못했고, 오래되어 자세하게 기억나지도 않지만 백홍용 할머니의 전기를 보며 당시의 평범하고 특별했던 여성들과 역사를 기억하고, 나의 외할머니까지 기억해볼 수 있다.

장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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