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를 맞았다. 올 것 같지 않던 내년이 오고야 말았다. 달력을 교체하고 새 다이어리를 꼼꼼히 쓰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각오와 결심이 넘쳐난다. 건강의 기원과 더불어 성취할 목록들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함께 경험하는 일들이다. 3일의 다짐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신박한 정리]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의 집을 방문하여 오래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새롭게 변화된 공간 속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게 해준다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의 정리는 행복감뿐만이 아니라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하나는, 연예인들의 집도 보통 사람의 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살림은 늘어가고 수납할 공간은 적어지고 쌓아두고 쌓아두다 보니 사람이 주인인지 물건이 주인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미련 없이 버리고 비워내는 경험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왜 버리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서 정돈된 공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마음의 치유, 버림의 미학을 경험하는 것이다.

모든 질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의학자들은 말한다. 질병의 약 75퍼센트가 마음의 병이라고 한다. 삶이 복잡할수록 사람들은 괴로워할 일이 많아지며 그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은 결국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고 두통이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조용하고 한가한 도심 외곽지역에 집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 날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원하던 것을 성취하면 기쁨도 잠시, 외로움에 시달리고 우울감이라는 늪에 빠지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이룬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욕구의 성취나 소유의 풍성함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병에 시달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가지면 가질수록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 그러나 버리고 비워내면 심리적인 채움과 만족, 편안함이라는 선물을 얻게 된다. 과하게 갖지 않으며 분에 넘치게 소비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 방식을 택하면 온갖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많이 먹어 배를 불리면 온갖 잡스러운 것들이 우리 몸을 채운다. 그것은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근심과 걱정을 불러와 정신을 혼탁하게 만든다. 

마음에도 청소가 필요하다.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지 않으면 마음의 길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온갖 먼지가 뒤엉켜 새까맣게 되듯이 불유쾌한 감정을 쌓아두면 마음도 어두워진다. 그러나 쌓여있던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면 답답하고 탁한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진다.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면 그 공간에 행복과 평화가 깃든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강추위도 함께 시작되었다. 따뜻한 봄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야 봄이 오고, 잎을 다 털어내고 추위를 견뎌야 푸르고 풍성한 나무가 된다. 비워야 채워지고 견뎌야 이뤄지는 삶의 진리를 마음에 새기면서 새해, 새날들을 시작해 보자. 맛깔스러운 행복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