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조용한 성탄절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0년 12월 22일 (화) 02:11:34 [조회수 : 93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올해의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껏 축하하기 어려운 조용한 성탄절이 될 것 같다. ‘Merry Christmas’가 가리키는 대로 내 성탄절은 항상 즐겁고 떠들썩한 성탄절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자 당국에서는 5인 이상의 모임을 금한다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가급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지 않으려던 당국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조치로 인해서 어려서부터 떠들썩하게 성탄절을 보냈던 내가 난생 처음으로 아주 조용한 성탄을 보내게 되었으니 아쉬움이 크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성탄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성탄절 전야의 교회 행사에서 개막 인사를 한 것이다. 원고를 열심히 암기해서 집에서는 막힘이 없었는데, 막상 예행연습을 할 때에 중간에서 막혀서 크게 당황했었다. 그래서 집에 와서는 식구들에게 그날 저녁에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 말을 들은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집에 와서 혹시 중간에 막히더라도 선생님 한 분이 바로 앞에서 원고를 보면서 얄려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나를 설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는 막히지 않고 잘 해냈다. 

그다음으로 성탄절에 대해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추억은 새벽송이다. 옛날에는 성탄절 새벽에 교회의 성가대원들이 각 구역으로 나뉘어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나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노래했다. 내가 처음 새벽송에 따라 나섰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나가려면 성가대원들만으로는 수가 적기 때문에 지망자들도 따라나섰다.

내가 다니던 시골 교회의 교인들은 교회에서 10여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밤 12시에 출발하면 논두렁길, 밭두렁 길, 혹은 산길을 걸어서 5시나 6시에 교회에 돌아왔다. 각 가정에서는 자지 않고 있다가 새벽송이 끝나면 박수를 쳐주고,수고한다고 과자나 떡 봉지를 건네주는가 하면 어떤 집에서는 떡국을 끊여주기도 했다. 

도시로 이사 와서는 해마다 성탄절 음악예배를 준비했다. 추운 겨울에 한 달 이상을 찬양 연습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성가대원들이 저녁마다 모여서 연습했던 것이 성탄절에 대한 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성탄절 음악 예배가 끝나고 나면 내 1년이 마감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해졌다. 

지난해까지도 성탄절 칸타타 연숩에 참여했었는데,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성가연습도 없었고 5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니 성탄 예배조차 제대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평생 이렇게 조용한 성탄절은 처음이다. 

올해 조용한 성탄절을 맞아서 떠들썩하게 주님의 나심을 기념했던 ‘Merry Christmas!’를 회상하면서 우울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소상공인들만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 아니고 교회도 특히 개척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교회의 목회자들은 이번 성탄절에 기쁘기보다는 우울할 것이다.

우리는 고난을 당할 때 하나님의 인도로 그 고난을 이기고 밝은 날을 맞이하게 된다는 소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바울은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라고 고린도 교회의 교인들을 격려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고난도 감당하게 하실 줄로 믿고 다음 성탄을 꿈꾸어야겠다.

최재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7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