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초가 되면 우리 교회에 올라오셔서 도토리를 주우시는 남자분이 계시다. 교회 주위에 큰 도토리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매년 꽤 많은 양의 도토리가 밑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진 도토리가 자동차에 밟히기라도 하면 고약한 냄새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도토리를 주우러 올라오시는 이 분에게 처치곤란한 도토리를 해결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자기를 소개하신다. 자신은 병이 있어 치료하고 있는 환자인데 도토리가 몸에 좋다고 해서 매년 올라와 주워간다고 하면서 줍는 것을 허락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최근 운동과 식이요법 다이어트로 3kg을 뺀 딸이 다이어트식으로 자주 먹는 음식이 도토리묵이다. 홍천에 살고 계신 장모님께서 만들어 보내주신 도토리가루로 묵을 만들고 설탕과 고춧가루와 간장을 1:2:4의 비율로 만든 간장소스를 뿌리거나 찍어서 먹는데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참 좋다. 

도토리묵은 우리나라에서만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도토리묵을 언제부터 먹은 것일까? 우리나라 석기시대 유적지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등에서 모두 야생도토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본다면 우리 민족은 석기 시대부터 도토리를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토리는 구황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구황식이란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배고픔을 덜고 기운을 얻어 굶어죽지 않게 하는 음식을 말한다. 고려시대 충선왕이 흉년이 들자 백성을 생각하여 반찬의 수를 줄이고 도토리를 맛보았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있다. 조선시대 숙종은 을해년에 심한 흉년이 들자 몸소 도토리 20말을 흉년을 당하여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라고 보내면서 흉년에는 도토리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한다. 조선 후기에 쓰인 “산림경제”· “목민 심서” 등에도 도토리가 한결같이 구황식품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렸던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도 도토리묵을 많이 먹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도토리묵은 빈곤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수요가 감소하게 되었으나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교회에 올라오셔서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계신 남자분을 보면서 도대체 도토리가 무엇에 좋기에 저렇게 열심히 줍는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도토리는 굉장히 몸에 좋은 식재료였다. 8가지의 효능이 있다. 

첫째,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도토리에 함유된 아콘산 성분은 몸속에 쌓인 유해한 독소와 노폐물 및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둘째, 혈관건강에 도움을 준다. 도토리에 함유된 칼륨 성분이 혈관 내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혈관건강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도토리의 각종 미네랄과 타닌 성분이 혈관 내 나쁜 콜레스테롤 배출을 도와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혈관관련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다이어트에 좋다. 도토리묵은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하여 포만감이 쉽게 생성되기 때문에 다이어트나 체중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도토리의 타닌 성분은 우리 몸속의 지방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역시 체중조절에 많은 도움을 준다. 

넷째, 위장건강에 좋다. 도토리의 따뜻한 성질이 위와 장을 튼튼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도토리의 타닌 성분은 설사증상을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다. 

다섯째, 숙취해소에 좋다. 도토리에 함유된 아콘산 성분의 뛰어난 해독작용으로 간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독소와 노폐물의 배출을 도와 간 건강을 지켜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도토리는 알코올의 빠른 분해를 도와줌으로써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섯째, 여성질환개선에 좋다. 도토리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품으로 여성 질환을 개선하고 완화해준다. 도토리를 꾸준히 섭취하면 생리통이 심하거나 몸이 차가워 냉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 

일곱째, 노화예방에 도움을 준다. 도토리에 함유된 타닌 성분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도와 노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세포의 산화를 촉진하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노화예방에 도움을 준다. 

여덟째. 지혈효과가 있다. 도토리에 함유된 타닌 성분은 치질로 출혈이 있거나 하혈과 혈통을 멎게 해주는 지혈작용에 효능이 있다. 이유 없이 자주 코피를 흘리거나 잇몸에 피가 날 경우에 도토리묵을 자주 섭취하면 증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도토리는 사람에게 좋지만 야생동물에게도 중요한 먹이이다. 뉴스를 보니 도토리를 줍는 등산객 때문에 다람쥐가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웬만하면 도토리를 싹슬이하지 말고 다람쥐에게 양보하는 것이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