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 코스모스가 가볍게 흔들립니다. 가을은 흔들리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려도 아름다운 건 뿌리의 튼실함과 줄기의 유연성 때문입니다.

다음은 부부상담현장에서 남편의 사례입니다.

“어떤 여자(A)를 알게 되었습니다. A는 나를 따뜻하게 수긍해주고, 맞장구를 쳐주며 격려해줍니다. 그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도무지 즐겁지가 않습니다. 내 태도나 생각에 대해 아내는 늘 지적하고 비난합니다. 나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무관심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던 중에 깊은 자아실현감을 느끼게 해주는 A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의 전부를 A와 나눌 수 있으며 그녀도 나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아내와 공허한 관계 속에서 머물러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신조차도 내가 위선적인 결혼생활보다는 오히려 사랑의 따스함을 느끼기 원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담자는 하루를 살아도 A와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A에게 가겠다는 신념이 너무나 강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빠진 것이 있습니다. 결혼할 때 맺었던 서약은 온데 간 데 없습니다. 책임감도 사라졌고, 도덕적 의무감도 찾기 힘듭니다. 자신의 기분만이 존재합니다.

이는 자신 중심의, 자신의 기분만 존중하는 기분파의 도덕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위해 그 행위가 만들어 낸 감정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의 자아실현은 자기부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역설입니다. 죽어야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낮아짐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대접함으로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에게 있어 관계란 그리스도를 서로에게 반사시킴으로서, 서로를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고귀한 자들로 대함으로써 그리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서 그리스도를 더욱 알아가는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관계를 편안함을 느끼고, 자아실현의 정도를 체험하는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관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흔들린만큼의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만큼 권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단점이 보일 때 자신의 단점을 먼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나쁘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자신으로 인해 그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행동을 수정하고, 달라져야 합니다.

잔소리를 듣고, 지적을 받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화도 납니다. 그러나 돌이켜 반성하고 수정하려고 노력할 일입니다. 자신의 기분이 나빠졌다고, 갈 길을 돌아간다거나 다른 돌파구를 찾는 것은 너무나 미숙한 행동입니다.

사람은 달콤한 소리에 크는 것이 아니라 쓴 소리를 통해 성장합니다. 고통이 사람을 키웁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해결책이 없는 지적은 비난이라는 것입니다. 배려가 없는 충고도 비난입니다. 비난은 사람을 움추러들게 하고 병들게 합니다. 상대를 배려한 말 한마디가 상대를 자라게 합니다.

해결책이 없을 때는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로 단지 다를 뿐입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은, 처음 먹은 마음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문제는 상호작용의 문제입니다. 부부관계는 이기면 둘 다 이기고, 지면 둘 다 지도록 프로그램화된 한 몸입니다. 자신의 기분이 중요하면 상대의 기분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존중되는 관계, 부부가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번쯤 궤도를 벗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와 살아지다가, 살아가다가,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가을바람에 코스모스가 가볍게 흔들립니다. 가을은 흔들리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려도 아름다운 건 뿌리의 튼실함과 줄기의 유연성 때문입니다.

박효숙 목사 /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목회상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