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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용대리의 겨울을 담은 황태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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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10월 27일 (화) 21:57:34
최종편집 : 2020년 10월 27일 (화) 21:58:11 [조회수 : 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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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 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다음날 내린 곳이 인제였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30분 차를 타고 원통 천도리에 있는 12사단 포병대대에서 내 군생활이 시작되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군 생활 내내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라는 말을 참 많이 접했다. 인제의 용대리에 가면 유명한 것이 있었다. 바로 살이 노란 명태인 황태이다.

명태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바닷가 지역에서 바싹 말린 명태를 북어라 하고 어린 명태를 말린 것을 노가리라고 한다. 내장과 아가미를 뺀 상태로 코를 꿰어 반건조한 명태를 코다리라고 부르고, 온도 차이 없이 일정하게 낮은 온도에서 말려서 살이 하얀 명태를 백태라 한다. 명태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내고 소금에 절여 넓적하게 말린 것을 짝태라 하고 영하 40도에서 얼린 것은 동태라 한다. 황태는 추운겨울에 강원도의 산골에서 말린 명태를 말한다. 봄바람이 불 때까지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건조가 되는데 다 건조되면 황태가 된다.

바싹 마르는 여느 북어와 달리 황태는 명태의 몸이 두툼하게 유지되면서 살이 노랗게 변했다. 밤이면 섭씨 영하 20도 아래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볕을 받으니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증발시켜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건조한 칼바람은 비린내를 없애고 내린 눈은 살 겹겹이 파고들어서 조직을 부드럽게 한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겨울이면 원산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한국 전쟁 이후 원산 출신들이 강원도에서 이 황태를 재현하였다. 그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바로 인제군 북면 용대리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이 마을에 명태가 걸리게 된 것은 원산 출신의 김상용이라는 분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원산의 겨울 날씨와 가장 비슷한 지역을 찾다가 1960년 겨울에 이 마을을 발견했다고 한다. 용대리는 깊은 산의 골을 끼고 있어 겨울이면 혹한에 휩싸인다.

황태를 말릴 수 있는 기후 조건은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영하 15도 이하의 날씨가 두 달 이상 되어야 한다. 덕장에 명태를 거는 시기는 12월 중순이다. 그래서 해마다 11월이 되면 이 마을에는 낙엽송으로 덕장을 만드는 일로 바쁘다. 한 달간 덕장을 만들고 12월 중순 즈음 기온이 영하 15도쯤으로 내려가면 그때 명태를 건다. 그러고 난 뒤 녹았다 얼었다 하며 말라야 하는데, 겨울이 따뜻하면 황태가 바싹 마르고 검은 빛을 띠어 하품이 된다. 이것을 먹태 또는 흑태라고 부른다. 늦은 겨울에 비라도 오면 크게 망치게 된다. 자연의 도움 없이는 최고의 황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말리는 일을 하늘과 사람이 7대 3제로 하는 동업이라고 말한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지구온난화 덕분에 동해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현재 황태의 원료인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수입된 명태의 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하는 일은 속초나 고성 등 동해안에서 한다. 배를 딴 명태는 다시 냉동하여 용대리로 가져와 덕장에 건다. 그리고 3월쯤 태백산맥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면 황태를 거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속살이 완전히 노랗지는 않다. 덕에서 거둔 황태는 머리 부분에 구멍을 뚫고 20마리씩 싸리로 꿰는 관태작업을 한 후 저장실로 옮겨진다. 이렇게 다시 3-4개월 숙성을 거치면 속살이 제 색깔을 내며 구수한 맛도 더해진다. 전체적으로 통통하고 속살이 황색을 띠며 육질이 부드러운 황태가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용대리에서는 덕장이 서너 곳밖에 없었다. 황태수요도 극히 적었다. 1990년대 말에 들면서 도심 곳곳에 황태 전문점이 들어섰을 정도로 황태붐이 일었다. 그 덕에 현재 용대리 주민들은 거의가 직간접적으로 황태 일과 연관을 두고 있다. 화전을 일구던 가난한 마을에서 국산 황태 생산량의 70%, 약 1500톤을 감당하는 ‘부자마을’이 된 것이다.

황태에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어서 피로회복에도 좋고 간세포를 활성화하여 간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메티오닐과 리신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알콜성분을 보다 빠르게 분해하고 배출시키기 때문에 숙취해소에 좋다. 또 비타민 A가 풍부해 눈이 피로를 풀어주고 시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며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질이 적어 다이어트와 기력보충에 효과가 있다.

11월이 되면 인제 용대리에서는 덕장을 설치하느라 분주해질 것이다. 겨울에 힘들게 만들어 놓은 덕장은 다음해 여름에 해체를 한다. 장맛비에 나무가 썩기 때문에 매년 힘든 설치작업을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3미터 높이의 덕장에서 황태를 걸고 만드는 작업 또한 중노동이다. 최고의 황태를 만들기 위해 인고의 과정을 견디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황태요리를 먹는다면 감사함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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