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생각나는 세 편의 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청록파 박두진 시인과 함께 대표적인 기독교

시인으로 꼽히는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 이고 ,

다른 한 시는 불란서 낭만파 시인 구르몽의 시 '낙엽' 이며,

또 다른 한 시는 고독한 독일 시인 닐케의  시 '가을 날' 이다.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 는 가을 이 채 오기도 전인

8월 말에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었다.

오늘 밤엔 독주 타킬라 잔을 홀로 비우며  구르몽의 시

'낙엽'과 닐케의 시 '가을 날' 을 읽어본다.

"시몬, 나무잎새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을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려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 낙엽-

"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의 바람을 풀어 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도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구를 때면 불안스레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헤멜 것입니다."

-닐케의 시 가을 날-

한국인이던, 불란서인이던, 독일이인이던 시인은

시인이다.  시심에는 국경이 없다.

지식인들은 머리로 살고, 시인들은 가슴으로 산다.

지식의 중심에는 논리가 자리잡고 있지만,

시심의 중심에는 사랑이 중심잡고 있다.

가슴은 즉흥적이고 변덕스럽다.

사랑도 즉흥적이고 변덕스럽다.

시심은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

기도하고, 사랑하고, 밟히는 낙엽에 영혼이 울고,

구르는 나뭇잎에 가로수 사이를 헤메이는

마음이 여리고, 가난하고 눈물이 많은 사람들이

시인들이이다. 시인들은 고독하다.

한국의 여류시인 김남조 시인은 그녀의 시 "가난한 이름에게"에게

에서 이렇게 시인의 고독을 노래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를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겨울 밤/고독 때문에 한 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10/09/2020  자정

타킬라에, 고독에 취해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