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가 지난 7월 실시한 신규교원 임용에서 교회사 분야에 지원했던 하희정 박사가 4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도 ‘중복게재와 각주누락의 연구윤리위반’이라는 이유로 석연치 않게 최종후보 선발에서 탈락했습니다.

그가 교수임용 지원시 연구실적물로 제출한 논문 <한국 기독교 사회운동의 역사적 변화: 확장인가? 사회화인가?>를 카피킬러로 표절 검사한 결과 자기 표절율이 19%가 나와 최종 후보에서 배제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한 포럼에서 발표한 글을 이 논문에 인용하면서 출처를 달지 않았다는 ‘각주 누락’도 이유가 됐습니다.

표절논란이 벌어진 위 논문은 KCI 등재 학술지인 ＜신학사상＞188호(2020년 3월)에 실렸던 것입니다. 이 논문에는 1월 14일 감리회 본부 선교국이 주최한 제1차 평화통일정책 심포지엄에서 “기독교통일운동과 감리교회가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통일 운동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기 위해 기독교 사회운동사 내용 중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관련한 내용 10% 정도를 서론에 소개한 것으로서 당일 참석자들에게 자료집형태로 배포되었지요.

당시 당당뉴스가 이 심포지엄을 취재하면서 해당 발제문 “기독교통일운동과 감리교회가 걸어온 길” 전문을 주최측인 선교국에 요청하여 실었는데, 바로 이 5페이지짜리 전문을 담은 ‘기사’가 카피킬러에 검색되면서 하박사의 위 논문이 자기 표절률 19%로 평가된 것입니다. 바꿔 말해 당당뉴스가 하박사의 발제문 전문을 싣지 않았더라면 표절 시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발제문은 하박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지가 무단으로 게재한 것이어서 하박사에게 귀책사유가 돌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박사도 임용심사 과정에서 이 점을 소명하였지만 감신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하박사가 자신의 발표실적에 감리교심포지엄을 기재했다는 이유에서 해당 논문을 당당뉴스에 발표한 것으로 보고 2:5의 표결로 최종후보 탈락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본지와 선교국이 8월 17일 사과문을 냈고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도 사정을 설명 듣고 더 이상 해당기사가 표절로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해 주셨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자가 인지하지 못한 언론사 무단게재를 자기표절(혹은 중복게재)로 판단하여 교수임용에서 탈락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저자 입장에서 매우 부당하고 억울할 것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대회 발표집이나 정책연구보고서 등에 발표된 논문은 중복게재와 무관하다’고 명시하고 있고 교육, 사회봉사, 연구 결과의 국제화, 사회적 확산 등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닐 경우에는 중복 게재를 권장합니다. 심지어 연구업적을 산정할 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는데 감신대는 탈락의 이유로 삼았던 것입니다.

하박사가 연구실적물로 제출한 논문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재학술지<신학사상>에 지난 3월 게재되었고 이후에는 전공분야 전문가들의 더 어려운 심사를 거치는 KCI에도 등록된 논문입니다. 임용심사과정에서도 전공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기초심사와 전공심사를 아무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이러한 논문을 종합적 판단 없이 단순히 중복 여부를 거르는 검색장치일 뿐인 카피킬러에 돌려서 임용탈락의 기준을 삼았다는 것은 학교의 검증과정이 미숙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카피킬러에 의한 표절률은 자동검색에 의한 단순 수치이므로 문헌간 유사여부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하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카피킬러 19%의 표절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탈락시킨 것을 보면 언론기사와 게재논문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이거나, 검증절차가 졸속이었거나, 어떤 의도를 가지고 탈락시켰다고 의심해 볼만 합니다. 하박사의 탈락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다보니 당당뉴스가 구실거리가 된 느낌마저 들어 본지로서는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 지난 9월 8일 감신대 국제회의실에서 하희정 박사 임용탈락과 관련해 총동문회(당시 정진권 회장)가 주관한 간담회가 있었다.

하박사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2020년 9월 8일 총동문회가 감신대 국제회의실에서 하박사와 감신대의 입장을 조율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하박사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연구윤리 매뉴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자신의 논문은 중복게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학교측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학총)의 <연구윤리 지침>을 심사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표절이나 중복게재를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학교측은 하박사의 주장을 지지하는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학교는 ‘학총’ 기준에 근거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하박사의 논문은 중복게재에 해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굳이 두 기관의 권위를 따진다면 사단법인인 ‘학총’ 보다는 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더 점수를 줘야 함에도 말입니다.

사실 두 기관의 연구윤리지침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총’도 여러 말로 표절과 중복게재를 정의하고 유형을 소개하지만 결국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하여 표절 및 중복게재에 포함되는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마무리 됩니다. 표절과 중복게재 여부를 판단하는데 심사재량을 부여한 것입니다. 감신대는 이 조항을 적극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학교측은 “하박사가 억울할 것이다” “학자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탁월하다” “결과를 돌이킬 시간이 없었다” 등 공허한 위로를 늘어놓을 뿐이었습니다.

감신대측이 하박사를 탈락시킨 또 다른 이유인 ‘각주 누락’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신학사상> 논문에 선교국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소개했다는 사실을 각주로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구윤리위반’ 딱지를 붙인 것입니다. 후에 듣기로 본지의 무단게재로 인한 카피킬러 표절율 문제는 사과문 발표와 해당 기사 삭제 등의 조치로 해소가 되었지만 ‘각주 누락’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연구윤리위반이어서 최종후보 탈락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박사는 이 경우에 있어서도 ‘연구윤리위반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게재한 발제문 전문은 논문의 창작성에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의 그저 서론에 불과한 내용이기에 출처 지분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각주누락 대상으로 지목한 감리교 심포지엄은 연구주제 자체가 다르고 새롭게 발표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아직 논문으로 완성되지도 않았고 학술지에 게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각주누락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했습니다. 어디에 제출되어 출판한 적이 없는데 각주누락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 것입니다. 오히려 서론에 불과한 심포지엄 발표물을 신학사상 논문에서 각주로 밝혔다면 완성된 형태의 NCCK 심포지엄 발표문과 같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연구성과 부풀리기’로 의심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총동문회가 마련한 그 자리에서 학교측은 내심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감신교수들 거의 전부가 표절시비로 연구윤리위에 제소된 경험이 있어서 ‘표절’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고 그 분위기가 심사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이 되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힌 것입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랄까요? 표절시비에 휘말려 감신대가 또 구설수에 오르게 하는 빌미를 남기려 하지 않았던 경직된 태도가 교원인사위원들 사이에서 하박사를 탈락시킨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만일 그런 압박과 특수 상황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돌아본 위원이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참으로 딱한 감신대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박사가 탁월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본지의 무단게재가 원인이 되어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불명예를 쓴 채 감신대 교원임용에서 탈락한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자 함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하박사는 10년 강사생활을 마감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고 그의 모교를 위해 헌신할 기회도 날아갔습니다. 어쩌면 이번에 얻은 불명예로 인해 그가 다른 강단에서도 배척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가 됩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권위있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하박사의 연구윤리위반이 재평가 받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당당뉴스 편집국장 심자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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