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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이미 한숨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읽어나 핫탑 속에서 명상을
하며 이정록 의 시 '의자' 를 읽었습니다.
구겨진 예배 순서지에 자신도 잘
알아보기 힘든 글씨 베낀 시를
읽어주셨었는데, 그게 나에게
이렇게 큰 선물이 되었을 줄이야.
병원에 갈 채비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뙤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의 시 의자 전문-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하는 싯귀가 신약선경에 나오는
사도 바올의 신앙고백
"나는 사랑에 빚진자로다" 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지요.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에게 서로 사랑의 빚을 지고있습니다.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는 너의 의자
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상호 빚의 관계를 두고
불교에서는 "연기론" 으로 설명합니다. 우주는 사랑의 빚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너 때문에 존재하고
너는 나 때문에 존재합니다.
인간들이 집착하고 있는 에고나
탐욕은 잠시 스쳐가는 꿈같은
환상일 뿐 우주의 본성이 아닙니다.
우주는 사랑 안에서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완전한 전체입니다.
인간들이 고통을 받으며 불행해
하는 이유는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환상인 에고와 탐욕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게
불교가 말하고 있는 '공의 개념' 이고
' 무의 개념' 입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
비범한 의미를 창조해나가고,
그 의미를 실제의 삶으로실행해
나가는 사람들이 깨달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은 생각이나
말이 아니라 행위입니다.
한국 김춘수 시인은 이정록 시인의
"의자" 를 꽃으로 표현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
- 김춘수의 시 꽃 전문-
이 시들과 유사한 시로 빼놀 수
없는 한국 시인의 시가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 입니다.
'국화 옆에서' 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얼마전에 한 대학후배와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 후배가
나에게 이런 엉뚱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배님은 여지껏 몇 번이나 사랑을
해 보셨습니까? 수 백번? 수 천번?"
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수 만번도 더 되지. 아마 내가
숨 쉬었던 횟수만큼은 사랑을
했을꺼야.
나는 사랑이 없이는 한 순간도
숨을 쉴 수 없으니까. 나에게
사랑은 늘 현재 진행형인 ' Ing' 이야."
벗이여, 당신은 나의 의자이고,
나의 꽃이며, 나의 한송이 국화꽃입니다. 나도 당신의 의자이고, 당신의
꽃이며, 당신의 한송이 국화꽃입니다.
10/10/2020 자정에
벗이 보낸 어젯밤 타킬라에 취했던
나의 안부를 묻는 인사에 대한 댓글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