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발이 묶여 선교지로 돌아가지도 못하며 들려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6개월 동안 계엄령과 같은 락다운이 지속되어 공영버스나 마을버스가 다니지 못하고 모든 마트가 문을 닫았으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빈민촌 노동자들이 수입이 없어, 남의 담장을 뛰어 넘어 도적질을 하고 거리에 세워둔 차량의 유리를 파손하여 귀중품을 갈취하는 등 감당하기 힘든 무정부상태가 시작되기 직전이랍니다.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에 협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락다운에 지친 사람들이 자유를 외치며 정부의 방역정책에 불만을 품고 데모하는 이들도 있고요. 이런 때에 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요?

     중세이후 자유사상은 칸트에게서 시작합니다. 전쟁을 없애려면 국제공동체를 만들어야 된다고 칸트가 1795년 ‘영구 평화론’에서 주장한 것이 국제연맹(UN)을 태동시킨 동기가 되었으며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도 ‘영구평화론’에 영향 받은 것이지요. 또한 3.1 대한독립운동도 이에 영향을 받았지요. 이렇게 시작된 자유가 지금은 매우 위협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칸트에게 자유는 무엇일까요?

     『칸트에게 자유는 기계적 인과성이나 필연성에서 벗어나는 능력, 동물성(경향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할 수 있다. --- 칸트 윤리 사상의 원천에는 루소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루소가 가르쳐준 자율이라는 새로운 자유 개념은 칸트 윤리학을 끌고 가는 선도적 위치에 있다. 많은 경우 자유는 모든 규칙에서 벗어난 방종의 상태와 혼동된다. 그러나 루소는 자유도 규칙을 전제한다고 가르쳤다. 어떤 규칙인가? 여기에는 두 가지 답변이 따른다. 먼저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규칙이다. 아무것이나 다 할 수 있는 상태가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요, 책임이나 의무와 함께 갈 때만 자유는 비로소 의미 있는 자유가 된다는 것이다.』- 김상환, 왜 칸트인가 p241.-

     칸트에 의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현상계에서 자연의 인과법칙에 의해 살아가는데, 예지계(감각에 의해 지각되는 감성계와 대립하여 별개의 예지에 의해 알게 되는 대상계)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를 통해서 갑니다. 여기서 자유는 내적으론 도덕이고 외적으론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지요. 내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따르는 게 가장 큰 자유입니다. 여기서 규칙은 내가 만든 규칙이 누구나 따를 수 있는 보편적 규칙이 될 수 있어야 하고 그 규칙을 따르는 것이 자유라는 겁니다. 이런 규칙을 따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동물성 혹을 경향성(inclination)이라고 하여 이는 동물이 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이 자기 욕구를 채우기 위한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혹자는 헌법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 말하는 이도 있으나, 헌법엔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도 있으므로 집회가 국민들에게 불안한 마음을 조성한다고 느끼면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칸트에 의하면 선의지로 양심의 법(도덕)에 저촉 받지 않는다면 가능한일이지요. 집회를 강행하는 이들이 선의지로 하는 건지 아니면 경향성으로 하는 건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요.

     칸트에게 선악이라는 도덕적 가치는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동기가 오로지 도덕법칙에 대한 존경이 있을 때만 행위는 비로소 선한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지구촌에 다시 평화의 새 봄이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