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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그림자에 사로잡힐 때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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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8월 17일 (월) 00:09:36 [조회수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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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미운 짓을 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불편하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은 눈덩이처럼 커져 나중에는 그 사람이 미치도록 싫어진다. 왜 그럴까.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것은 마음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생기는 현상으로, 칼 융은 ‘자아의 어두운 면, 의식의 뒷면에 있는 심리 기제나 경향들’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아니 감추어 두고 있는 어두운 면을 훤히 비춰주는 사람으로 인해 생겨나는 불편감이다. 그 사람은 나 자신이 평소에 의식하고 싶지 않았던, 애써 외면했던 것들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 사람 앞에 있으면 자신의 열등한 부분까지 노출되는 것 같아 그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저 사람이 없었으면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지나갈 수 있는데, 그 사람으로 인해 자꾸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로부터 결점을 지적당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친구의 지적을 통해서 그때까지 전혀 의식해 본 적이 없는 자신의 그림자를 만났으니 수치스러운 감정이 들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질 수밖에.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기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잘나지도 못한 친구로부터 그림자 때문에 모욕을 당했으니 분노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자는 밖에 있는 대상에게 투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는 강렬한 감정이 동반된다. 투사 대상에게 갖는 감정적 집착을 내려놓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이 투사라는 심리 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에 투사 대상에 대한 감정을 분명하게 설명해 내기가 어렵다. 그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싫다고 할 때, 자기의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림자는 타인을 통해 알게 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꿈을 통해 그림자의 지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발견되었지만 자기로서는 있는 줄도 모르던 성질이나 충동을 만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럽겠는가. 그러나 이 순간부터 고통스럽지만 자기 성숙의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 또한 기억할 일이다. 그림자는 자기의 그림자를 대면하려고 할 경우에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자는 충동적인 행위나 부주의한 행동을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엉겁결에 튀어나오지 말아야 할 말이 툭 튀어나올 때도 그림자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겁한 방법을 쓰거나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전혀 바라지 않던 결과를 만나게 되는 수도 있다. 그림자는 이기심이나 게으름, 허약함일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공상, 음모나 책략, 부주의함이나 비겁함, 도를 넘는 돈에 대한 집착이나 소유욕일 수도 있다. 별거 아닌 듯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겠지 하면서 몰래 마음에 접어 두었던 사소한 잘못들이 그림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자는 집단적인 감염에도 약하다. 혼자서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좋지 못한 일에 휩쓸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집단에 끼지 못하면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나만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자신의 의식적인 영역이 아닌 일시적 충동에 몸을 맡겨 버리게 되고 결국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그림자나 타인의 그림자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게 된다.

그림자를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의식에 있는 그림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림자가 보여주는 현상을 알아차리고 깨달을 때 비로소 의식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그때 부정적인 심리 기제의 현상에 대한 감정적 집착을 내려놓게 되고 객관적 설명이 가능해진다.

무의식은 의식에 끝없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뿌리이다. 주의 깊게 신경을 기울여야 그 연결고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의식만을 신뢰하면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느낌이나 감각을 놓쳐 버려 무의식과의 연결이 끊어질 수 있다. 그런 삶은 생명과는 거리가 먼 삶이 되고 만다. 심리적으로, 영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려면 자기 안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느낌이나 감각을 항상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래야 무의식의 거대한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림자를 이해하고 가까이하는 만큼 의식의 자리가 넓어지고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도 깊어진다.

김화순∥중앙연회 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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