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이혼을 지지하지 않는다("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막10:9). 물론 한 가지 예외 조항은 있다. 배우자가 간음을 했을 경우다. 그러나 오늘날 상당수 교인들과 목사들은 성격 차이, 가족 갈등, 그리고 재정 문제 등 간음과 관계 없이 이혼을 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이혼은 분명히 성경의 문자적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혼은 죄"라고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목회자는 별로 없다. 자기 교인들 중에도 이혼자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교회가 '이혼 목사'를 묵인하면서 '동성애 목사'는 안된다는 건 지독한 자기 기만이다.

이혼은 두 사람이 서로 싫다는 것이고 동성애는 서로가 좋아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교회가 증오는 허용하고 사랑은 배격하는 모양새이니 얼마나 우스운 꼴인지 모르겠다.

사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이혼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이혼 당사자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거긴엔 "오죽하면 이혼을 했을까" 하는 따뜻한 배려가 있다. 나 자신도 이러한 배려는 기독교인으로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하며 적극 지지한다.

동성애는 죄인가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배려심이 동성애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은 죄이지만 이혼자는 사랑한다"는 식의 요상한 말을 늘어놓는 목회자는 거의 없다. 차라리 이혼에 대해선 그냥 침묵한다.

그런데 유사한 사안에 대해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는 말을 마구 내뱉고 있다. 이건 잔인한 언어 폭력이다. 그들은 이런 정죄의 말이 얼마나 소수 약자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지 잘 모른다. 이런 심한 차별 때문에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부모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워 자살한 학생도 있다.

게다가 교회 내의 각종 부정과 비리엔 지극히 관대하신 아주 온건한(?) 목사들마저 이 동성애란 말만 나오면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정의의 사도로 돌변한다. 나는 이런 분들을 보노라면 늘 그 얼굴의 두께를 한번 꼭 재어보고 싶다.

나는 신학자가 아니다. 성경 원어를 잘 모르고 배움의 깊이가 천박하다. 그래서 지금도 동성애를 과연 죄로 구별해야 하는지 무 자르 듯 잘라 말할 자신이 없다. 전문 신학자들조차 둘로 갈라져 문자적 해석과 문맥적 해석을 동원하며 서로 자신이 옳다고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참고로 구약 성경은 근친상간을 죄로 규정하나 일부다처는 죄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성행위 자체로 죄가 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툭하면 동성애자들에게 음란하다고 공격하는데 실제로는 이성애자들이 더욱 음란하다. 전아무개 목사가 그 좋은 예다.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다소 무리가 있다. 지금도 창조 질서를 문자 그대로 지키려면 모두 열매나 따먹고 나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심지어 사도바울은 독신을 강하게 권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 경우 창조 질서인 자손 증식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서구 교회의 전반적인 대세는 동성애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로 근본주의적 교단들이 동성애를 배척한다. 이 경우 서구 교회의 신학이 한국 개신교보다 부실하고 성경 해석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오히려 단순 무식의 소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한국 신학자들이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대 십일조를 홀로 옹호하는 행태를 보면 탄식을 넘어 하품이 나올 정도다.  

성경 해석의 특수성

물론 보수적 성경 해석은 '이혼'과 '동성애'를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약에선 동물제사나 할례를 안하면 죄이지만, 신약 교회에서도 동물제사나 할례를 하는 교인은 없다. 특정 행위 자체가 항상 죄가 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할례 행위의 유무가 타인에게 무슨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건 없다. 그리고 지금도 여자가 성경처럼 교회에서 머리에 두건을 쓰지는 않는다. 성경의 특정 가르침에는 분명히 문자적 해석 이상의 시대성이나 지역성이 있다.

동성애가 죄인가 아닌가를 판정하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게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로 찬반이 뜨겁다. 그래서 동성애가 본래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것인지, 사탄이 준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의도해서 생긴 것인지 그 또한 논쟁이 분분하다.

다만 내가 강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위 보수 종교인이란 사람들의 그 '위선적 이중성'이다. 설사 특정 교단이 동성애를 죄라고 주장하더라도 사회가 동성애자를 차별할 권리는 없다는 거다. 그건 우리 사회가 무신론자나 소수 종교를 차별해선 안되는 이유와 같다.

'차별 금지'는 하나님 일반 은총의 영역이다. 마치 의인이나 죄인이나 구분 없이 하나님께서 비를 내려주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자신이 주관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든 그건 자유이지만, 쥐꼬리만한 지식으로 그것을 객관화하거나 율법화하여 함부로 남을 정죄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동성애 결혼 집례를 거부하면 이 법에 의해 목회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역차별 조항을 거론하는데 이는 사회의 상식상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보수 개신교는 혐오 전도사

정작 한심한 건 종교인들의 의도적인 간음과 성추행에는 아주 너그럽게 못 본 척 조용히 입다물고 있던 대다수 보수 교단들이 유독 동성애만 붙잡고 주야장천 공격하는 것이다. 참으로 추하고 가증스럽다. 어떤 교회는 사랑 전도사가 아니라 혐오 전도사다.

제도권 종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상대적 다수인 이혼을 공격하지 않는다. 자기 교인들을 까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밥줄이 흔들린다. 이들은 돈이 안 되는 일에는 결코 나서는 법이 없다. 이게 바로 오늘날 개신교에 만연한 직업 종교의 위선적 이중성이다.

개신교가 진정으로 동성애를 반대하고 싶다면, 먼저 똑같은 잣대로 교단 내의 '성추행 목사'들부터 철저히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성추행을 하고도 여전히 당당하게 목회질하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성범죄 목사들의 목회는 슬그머니 허용하면서 도대체 왜 유독 동성애 목사만은 면직의 대상인지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보라.   

만일 "동성애가 죄라서 동성애 목사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그 논리가 정말 정당하다면 아마 웬만한 동네 교회의 목사들부터 먼저 모조리 면직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내 눈엔 헌금 유용, 설교 표절, 교권 남용, 성직 매매, 학력 세탁, 교인 차별, 교회 세습, 그리고 성추행 등 온갖 추잡한 죄를 상습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이성애 목사들이 훨씬 더 교활하고 파렴치한 죄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조차 정죄하지 않으셨지만, 오늘날 일부 기독교인이란 사람들은 동성애자를 마구 정죄하며 그들에게 너무나 큰 돌을 마구 던지고 있다. 만일 자신의 자녀가 선천적 동성애자라 해도 그렇게 광적으로 나서서 정죄할 것인가. 진짜 저질 독사의 자식들은 화려한 교회당 속에 있다.

나는 단순히 동성애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진정 옹호하는 건 동성애 형제나 자매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이다. 지금은 무지한 종교 권력에 지배를 당하던 중세 암흑시대가 아니다. 그 어떤 이유든 하나님의 교회에서 성소수자가 마녀 사냥식 차별을 받을 이유는 없다.

"동성애는 죄인이고 이성애는 의인인가?" - 어느 성도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